[경제 카페]“전문성 강화” 목소리 높인 대한상의 첫 유통백서 통계-분석이 들쭉날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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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기자
장원재 기자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2014 유통산업백서’를 처음 발간했다. 유통업계 통계를 비롯해 최근 논란이 되는 이슈와 업계 동향, 법과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다 보니 분량이 300쪽을 훌쩍 넘는다.

대한상의에서 냈다고는 하지만 책의 콘텐츠 대부분은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외부 연구기관과 대학교수, 업계 관계자들의 용역 보고서로 채워졌다. 대한상의에선 선임연구원 한 명이 한 장(章)을 쓰는 데 그쳤다. 그나마 해당 장 27쪽 중 15쪽은 법 내용을 그대로 실었다. 결국 자체 분석은 300쪽이 넘는 분량에서 10쪽 남짓밖에 안 되는 셈이다.

이 점을 지적하자 대한상의 담당자는 “기획과 용역 발주, 검수는 직접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백서를 읽을수록 대한상의의 해명은 변명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외부 보고서가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채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백서 첫 장에선 지난해 모바일 쇼핑 시장 규모를 4조7500억 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다른 장에선 3조2000억 원, 또 다른 장에선 3조9700억 원으로 각각 추정했다. 작년 백화점 업계 성장률은 첫 장에선 4.3%, 다른 장에선 3.5%다.

필자마다 분석이 다른 사례도 있었다. 한 장에선 작년 미국 소매시장에 대해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평가한 반면 다른 장에선 ‘정체가 계속됐다’고 했다. 수치나 전망, 분석이 엇갈리는 부분도 많았다. 업계 관계자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계 근거가 부실한 것도 적지 않다. 올해 소매판매액 성장률 전망에 대해 대한상의는 “자체 분석과 업계 추정치를 평균한 결과 2.7% 성장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용된 업계 추정치는 신세계 통계 하나뿐이어서 업계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취임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의의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백서에서 나타나듯 아직 대한상의의 전문성은 갈 길이 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한상의는 앞으로 매년 유통산업백서를 발간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조금 더 발전한 대한상의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장원재·산업부 peacechaos@donga.com
#대한상공회의소#2014 유통산업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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