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500m 金 아쉽게 놓치고도 넘어진 선수 감싼 ‘대인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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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여자 1000m 박승희 金-심석희 銅]
금메달 박승희는 누구

‘오뚝이’ 박승희(22·화성시청)가 한국 여자 쇼트트랙 사상 세 번째 다관왕이 됐다.

박승희는 22일(한국 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 정상에 올랐다. 조해리(28·고양시청)-심석희(17·세화여고)-김아랑(19·전주제일고)-공상정(18·유봉여고)과 힘을 합쳐 따낸 여자 3000m 계주에 이은 자신의 두 번째 금메달.

이번 대회 한국의 유일한 2관왕이 된 박승희는 전이경(1994년 릴레함메르 1000m·3000m계주 2관왕, 1998년 나가노 1000m·3000m계주 2관왕)과 진선유(2006년 토리노 1000m·1500m·3000m 계주 3관왕)의 뒤를 이어 한국 쇼트트랙 다관왕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박승희는 조해리와 함께 4년 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도 출전했다. 한국은 여자 3000m 계주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이 종목 올림픽 5연패를 달성하는 듯했지만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되면서 노 메달에 그쳤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이후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4년 전 태극기를 흔들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다 예상치 못한 판정에 동료들과 함께 통한의 눈물을 흘렸던 박승희는 소치에서도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13일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선에서 1위로 달리다 뒤에서 무리하게 인코스를 파고들던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와 충돌하는 바람에 박승희도 중심을 잃고 넘어졌던 것.

펜스에 부딪힌 박승희는 벌떡 일어났지만 다시 한 번 빙판에 넘어지며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크리스티가 실격되는 바람에 동메달을 땄지만 우승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던 터라 아쉬움이 남았다.

박승희는 이날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며 인터뷰 장에 들어왔다. 부상 탓에 결국 15일 1500m에는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승희는 억울해하지도, 크리스티를 원망하지도 않았다. 그는 “준결선만 가도 잘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동메달을 따서 스스로 대견했다. 후배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좋았다. 크리스티가 나보다 더 많이 울더라. 굉장히 착한 선수”라며 되레 크리스티를 감싸 줬다. 어느새 그의 이름 앞에는 ‘오뚝이’ ‘대인배’ 같은 수식어가 붙었다.

박승희는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일 정도로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한 박승희는 2007년 15세 중학생 신분으로 국가대표로 뽑힌 뒤 그해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후 차근차근 국제대회 경험을 쌓아가던 박승희는 2008년 세계선수권대회 3000m 계주에서 선배들과 우승을 합작하며 첫 세계 챔피언의 기쁨을 누렸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메달을 걸지 못했던 박승희는 올림픽 직후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하며 전성기를 알렸다.

박승희는 ‘빙상 3남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두 살 위 언니 박승주와 함께 빙상을 시작했고 남동생 박세영(21·단국대)이 2년 뒤 스케이트를 신었다. 3남매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소치에 왔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이한빈(26·성남시청)이 박승희의 남자 친구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박승희#심석희#쇼트트랙#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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