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저승사자가 부를 이름이 없어 300년 산 아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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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이의 칠일장 1, 2/천효정 글·최미란 그림/120쪽·각 권 9500원·문학동네

문학동네 제공
문학동네 제공
삼백이란 인물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부르는 대로 ‘얘야, 아무개야, 거시기야’ 이런 말에 대답하다 보니 이름 없이 살게 된 아이입니다. 이름을 세 번 불러 저승으로 데려간다는 저승사자도 이름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네요. 그래서 삼백 년을 살았답니다. 오래 살다 보니 아는 사람도 없고 쓸쓸해서 스스로 삼백이란 이름을 붙이고 저승으로 간 인물입니다. 눈치 채셨겠지요? 삼천갑자 동방삭 이야기의 재해석입니다.

백두산 호랑이왕도 등장합니다. 이 호랑이, 어쩌다 담배 맛에 빠져 버렸네요. 백두산 돌보기도 소홀하고, 호랑이 기운을 다스리는 일에도 소홀하다 보니 어느덧 맥 빠진 호랑이가 돼 버렸습니다. 드디어, 백두산 호랑이왕이 금연을 선언합니다. 짐작하셨지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의 재해석입니다.

이야기는 삼백이와 삼백이 장례를 치르러 온 여섯 동물의 사연으로 이어집니다. 사연을 하나하나 읽어 보면 언젠가 한 번쯤 들었음 직한 옛이야기이지만 좀 새롭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되면서 기존의 옛이야기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줍니다. 새로운 옛이야기입니다.

이런 시도는 작가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칫 유치한 말장난으로 그칠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여러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내는 섬세한 구성과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그런 염려를 말끔히 떨어내 버립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옛이야기는 책을 보면서 읽기보다는 누군가 읽어 주는 걸 들을 때 더 재미있습니다. 두 권의 책 속에 들어 있는 열 개의 이야기를 하루에 하나씩 아껴가며 어른이 읽어주면 참 좋을 책입니다. 문장이 ‘나왔더래’ ‘틀림없지’ ‘넘겨주었단다’는 식의 입말로 구성돼, 책 그대로 읽어줘도 옛이야기 들려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이 주는 유쾌함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위에 소개된 그림은 금연에 성공한 백두산 호랑이의 포효입니다. “크아아앙!” 백두산 전체가 우르릉 떨렸답니다. 용맹한데 천진한 호랑이 얼굴,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이 책도 그렇습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삼백이의 칠일장#이름#삼천갑자 동방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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