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기다려 고작 4시간… ‘구급차 상봉’ 건강악화에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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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남북 이산상봉]

“아~하세요”



21일 북한 강원 고성 금강산호텔에서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 행사가 열렸다. 단체상봉에 참가한 이창주 씨(왼쪽)가 북한의 언니가 사망해 대신 나온 조카들과 과자를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아~하세요” 21일 북한 강원 고성 금강산호텔에서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 행사가 열렸다. 단체상봉에 참가한 이창주 씨(왼쪽)가 북한의 언니가 사망해 대신 나온 조카들과 과자를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극도의 건강 악화에도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는 의지로 20일 구급차로 금강산을 찾아 60여 년 만에 가족을 만난 김섬경 씨(91)와 홍신자 씨(84)가 결국 이산가족 상봉행사 도중인 21일 구급차에 실려 한국으로 돌아왔다.

건강 상태가 너무 나빠져 더 이상의 상봉은 무리라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이들이 가족을 만난 시간은 20일 오후 단체상봉 2시간, 21일 오전 개별상봉 2시간 등 4시간에 불과했다.

북한의 딸 춘순 씨(68)와 아들 진천 씨(65)를 만난 김 씨와 함께 금강산을 찾은 아들 진황 씨는 “아버지가 충격을 받을까 봐 ‘치료를 위해 (잠시) 이송하는 것’이라고만 하고 개별상봉이 마지막 만남이라는 얘기를 못했다”고 전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여동생 영옥 씨(82)를 만난 홍 씨는 “여동생을 데리고 가고 싶다”며 아쉬워했다. 홍 씨의 딸 이경희 씨는 “기적 같은 만남”이라고 말했다.

김 씨와 홍 씨의 안타까움은 ‘두 번 만날 기회는 없는 일회성 상봉’의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14년 동안 북녘 가족을 만난 사람은 1만1882명에 불과하다. 상봉 신청자 중 생존한 이산가족의 16.6%에 불과하다. 23∼25일에는 북한 측 신청자 88명이 한국의 가족 361명을 만난다.

주어진 시간도 너무 짧다. 2박 3일 일정의 상봉 기간에 단체상봉(2시간), 환영만찬(2시간), 개별상봉(2시간), 공동중식(2시간), 실내상봉(2시간), 작별상봉(1시간)을 모두 합쳐야 고작 11시간이다.

이산가족들은 이틀째인 이날도 짧은 시간에 많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분주했다. 박양곤 씨(52)는 납북된 형 박양수 씨(55)와 알코올도수 40도짜리 평양술로 건배 제의를 하며 “러브샷 한번 하시죠”라고 말하자 양수 씨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양곤 씨가 잔을 들고 팔을 걸어 마시는 방법을 알려줬다.

최병관 씨(58)는 역시 6·25전쟁 때 납북된 아버지의 이복동생 병덕 씨(47) 경희 씨(53)와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병관 씨는 취재진의 촬영 요청에 “남는 게 사진밖에 더 있겠느냐. 잘 찍어 달라”며 흔쾌히 응했다.

개별상봉 시간에 남한의 이산가족 상봉자들은 미리 준비한 달러와 중국 위안화를 북측 가족에게 건넸다. 한 상봉자는 “다 빼앗긴다고 돈을 주지 말라고 하던데 그래도 갖고 있는 걸 다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리털 잠바, 내복 같은 의류와 간식류가 많았지만 차고 있던 시계를 풀어 건넨 사람, 초코파이만 16상자를 산 가족도 있었다.

북측 가족 중에는 선물을 받고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린 사람도 있었고 “북한에도 다 있다”며 선물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북측은 당국이 준비해준 3종 술세트(대평곡주, 평양술, 백두산 들쭉술) 등이 선물이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손영일 기자
금강산=공동취재단
#이산가족상봉#금강산#단체상봉#이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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