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한국판 롯폰기 힐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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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번화가 롯폰기에 자리 잡은 모리미술관은 일명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술관’이다.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54층 빌딩의 53층에 자리한 색다른 입지와 오후 10시까지 문을 여는 역발상으로 미술애호가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국립신미술관, 산토리미술관과 함께 ‘롯폰기 아트 트라이앵글’을 이루며 일본을 대표하는 새로운 예술 거점으로 떠올랐다.

▷2003년 개관한 모리미술관은 연간 3000만 명이 찾는 도쿄의 명물 ‘롯폰기 힐스’를 상징하는 얼굴이다. 1980년대만 해도 쇠락한 구(舊)도심에 불과했던 지역을 부동산 재벌 모리그룹이 사무실 아파트 호텔 쇼핑몰 등이 밀집된 복합단지로 개발했고, 이를 통해 지역 전체가 활력을 되찾았다. 도시의 낙후 지역을 재생하는 문제는 일본만이 아니라 지구촌의 새로운 화두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건축 규제를 완화해 주거와 상업시설을 합친 한국판 ‘롯폰기 힐스’를 개발하는 정책이 추진된다. 내년에 5개 시범지구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라마다 도시 내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영국은 2012년 올림픽을 런던에 유치하겠다고 신청하면서 5대 비전을 발표했다. 실업률과 소득이 시(市)에서 꼴찌였던 동북부 지역의 재개발도 그중 하나였다. 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단지, 대단위 주택, 상업지구가 들어오면서 동네의 신수가 훤해졌다. 미국 시카고는 2004년 철로 용지와 주차공간을 재활용해 조경과 건축이 어우러진 밀레니엄파크를 조성했다.

▷롯폰기 힐스가 성공 사례라고 하지만 굳이 모범으로 삼을 이유는 없다. 우리에게 맞는 재생 프로젝트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공동체의 기억을 존중하는 도시계획, 역사 문화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 겉치레 화장이 아니라 속이 꽉 찬 개발, 옛것과 새것이 함께 숨쉬는 거리, 해묵은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삶이 가능한 환경. 그런 도시 재생을 보고 싶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일본#롯폰기#모리미술관#지역 격차#도시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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