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환자 돌보다보니 가족 소중함 절실히 느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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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 김임순씨, 환자가족에서 자원봉사자로 변신

김임순 씨(오른쪽)는 호스피스 환자를 만날 때마다 손을 꼭 잡고 “그동안 훌륭하게 잘 사셨다. 걱정하지 말라”는 긍정적인 얘기를 해준다. 부천성모병원 제공
김임순 씨(오른쪽)는 호스피스 환자를 만날 때마다 손을 꼭 잡고 “그동안 훌륭하게 잘 사셨다. 걱정하지 말라”는 긍정적인 얘기를 해준다. 부천성모병원 제공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호스피스봉사를 하다 보니 제 자신이 긍정적으로 변하더군요.”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임순 씨(52). 그녀는 2년 전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병원을 찾아 말기 환자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목욕과 미용을 돕고 있다.

그는 한때 말기 환자의 가족이었다. 2002년 담낭암 말기였던 시어머니는 호스피스병동에 40일 남짓 머물렀다. 자원봉사자들은 책도 읽어주고 미용도 해주면서 “불편한 점은 없느냐”고 자주 물었다. 덕분에 당시 시어머니는 병동에서 편안하게 여생을 마쳤다.

이때의 경험을 간직해 온 김 씨는 2012년에 직장을 그만두면서 마음의 빚을 갚기로 결심했다. 병원에서 3일 동안 교육을 받고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 뒤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는 쉽지 않았다. 그동안 돌봐온 환자들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실감으로 우울해질 때마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해야 할까. 이 정도면 마음의 빚은 갚은 거 아닐까?’

먼저 봉사를 시작한 선배들은 “봉사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조언해줬다. 끝내 포기하지 않고 환자들을 돌보면서 이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

김 씨는 세상을 떠난 환자의 유가족을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됐다. 그는 “살아계실 때 친정어머니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더 자주 찾아뵙게 됐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손현열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김임순#자원봉사자#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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