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동계올림픽? 겨울올림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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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Sochi 2014 XXII Olympic Winter Games.’ 소치에서 열리고 있는 지구촌 축제이자 스포츠 종합대회의 공식 이름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를 ‘제22회 소치동계올림픽대회’로 표기한다. 지난달 태릉선수촌 결단식에 걸린 플래카드에는 꼭 필요한 것만 추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라고 새겼다. 올림픽을 관장하는 대한체육회가 이렇게 부르고 적으니 언론은 따라 쓴다. “내 이름은 ○○”라며 고유명사라고 내놓은 건데 굳이 다르게 쓸 필요가 뭐 있으랴.

하지만 본보는 2010년 밴쿠버 대회부터 ‘동계’올림픽 대신 ‘겨울’올림픽을 쓴다. 회사의 방침이다. 기자가 습관적으로 동계올림픽이라고 출고하면 어김없이 겨울올림픽으로 고쳐져 신문에 나온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남들이 다 쓰는데 왜 우리만 유난을 떨까’ 불평을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검색할 때 대부분 동계올림픽을 검색어로 쓰기 때문에 다른 매체에 비해 불리하다는 주장도 해봤다.

그런 생각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겨울올림픽이라고 계속 쓰다 보니 달라졌다. ‘겨울’이라는 누구나 알고, 아름답고, 쉬운 단어가 있는데 왜 평소 사용하지도 않는 ‘동계’라는 어휘를 대한체육회는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마저 생겼다. 초등학생 몇 명에게 동계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어봤다. “동계올림픽의 동계요”라고는 대답했지만 동계(冬季)가 ‘겨울철’의 한자어라고 아는 아이는 없었다. 겨울이 뭐냐고 묻지는 않았다. 설마 모르는 이가 있을까.

많은 사람이 쓰고 있는 시합(試合)이라는 단어를 일본식 한자라는 이유 때문에 ‘겨루기’로 표기하자는 얘기가 아니다(‘경기’로 쓰는 게 바람직하긴 하다). 비행기를 ‘날틀’, 이화여대(梨花女大)를 ‘배꽃계집큰배움터’로 바꾸는 등 무리하게 순우리말만 쓰자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다음의 예를 보자. “애니메이션 ‘동계왕국’ 보러 갈까” “배용준은 ‘동계연가’로 한류스타가 됐다” “내일부터 동계방학이다” “동계비가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날” “동계 가고 춘계가 오면”… 이상하지 않은가?

‘동계올림픽’도 이상하다. 단지 오래 사용해 익숙해졌을 뿐이다. 1948년 생모리츠(스위스) 대회에 한국이 처음 출전할 때부터 60년 넘게 우리 언론이 써 온 말이니 귀에 익고 입에 붙을 수밖에 없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겨울올림픽’이 처음에는 어색해도 쓰다 보면 곧 익숙해질 것이다.

말 꺼낸 김에 하나 더. ‘도마의 신’ 체조의 양학선도 ‘뜀틀의 신’으로 부르면 안 되는 걸까. 영어로는 ‘Vault(뛰어넘기)’인데 일본에서는 말처럼 생긴 틀을 뛰어넘는다고 해서 ‘도마(跳馬)’라고 한다. 한자가 따라붙지 않는다면 이 뜻을 알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양학선을 모르는 이가 ‘도마의 신’이라는 수식어만 본다면 요리 잘하는 사람쯤으로 여기지 않을까.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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