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때 물만 배출하는 ‘무공해 연료’ 수소, 중성자 산란기술 이용해 저장문제 해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원자력硏 국제워크숍 국내 첫 개최… 수소저장 기술개발 돌파구 기대

물질 속에 갇혀 있는 수소의 운동 상태를 측정하여 수소가 저장되는 위치와 원리를 연구할 수 있는 중성자 비행시간 분광장치.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물질 속에 갇혀 있는 수소의 운동 상태를 측정하여 수소가 저장되는 위치와 원리를 연구할 수 있는 중성자 비행시간 분광장치.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탄소배출량 감소는 자동차 업계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세대 자동차로 전기차나 수소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중 수소는 연소 시 물만 배출하기 때문에 공해가 거의 없으며, 휘발유에 비해 단위 질량당 3배의 에너지를 가지면서 물이나 공기 중에서 뽑아 쓸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연료라는 장점까지 갖고 있다.

문제는 수소를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 없다는 것.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는 기체 상태에선 700기압이 넘는 고압 탱크에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폭발 위험이 있고, 액화시키기엔 비용이 많이 든다. 결국 고체 상태의 금속 화합물에 화학적으로 결합시켜 저장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다.

많은 국내외 연구자들이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금속 화합물인 나노다공성물질을 설계하고 있지만 나노다공성물질 1g당 수소 저장 효율은 4% 내외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과학자들이 중성자 산란 기술을 이용해 수소가 어떤 물질에 더 잘 붙어 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붙는지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이달 19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중성자 연구를 통한 수소 저장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수소 및 이산화탄소 저장 국제 워크숍’을 열었다. 물리학자와 화학자로 구성된 연구커뮤니티를 만들어, 답보상태에 빠진 수소 저장 기술 개발의 돌파구를 열겠다는 것이다.

중성자는 양성자, 전자와 함께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원자로에서 우라늄 원자의 핵분열을 통해 얻거나 높은 에너지로 가속된 입자 빔을 표적 물질에 때려 원자핵이 쪼개질 때 나온다. 이렇게 얻은 중성자를 빔으로 쏘면 중성자가 산란해 원소에 부딪힌 후 돌아오는 속도와 에너지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수소가 어떤 금속 화합물에 어떤 과정을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결합되는지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연구커뮤니티 구성을 주도한 원자력연구원 중성자과학연구부 최용남 책임연구원은 “X선이 접시 크기 정도의 물질을 볼 수 있다면 중성자 산란 기술은 접시에 놓인 콩알까지 볼 수 있다”며 “금속화합물을 설계하고 실험·보완하는 연구자들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수소 저장 기술 연구를 위해 중성자 빔이 장애물을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중성자분말회절장치와 중성자가 날아가는 속도와 에너지를 측정하는 비행시간분광장치를 활용할 계획이다.

중성자 산란 기술을 이용한 수소 저장 기술 연구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이 경쟁적으로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최근 200억 원을 투자해 ‘노바(NOVA)’라는 장비를 새롭게 구축하기도 했다.

원자력연구원 이기홍 중성자과학연구부장은 “선진국에 비해 연구 역사가 짧지만 국제 워크숍을 개최할 수 있을 정도로 연구 역량을 축적한 만큼,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국내 수소 저장 연구가 한 단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