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구로땅 강탈’ 1100억 역대 최대 국가배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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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공단 조성 위해 농민에 압력
법원 “291명에 650억 배상하라”… 이자 年 5%씩 더해 지급해야

국가가 1960년대 서울 구로공단 건설 당시 일대 농지를 강제로 수용한 일명 ‘구로 분배농지 소송 사기 조작의혹 사건’ 당사자와 유가족들이 53년 만에 역대 최고의 국가 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강민구)는 20일 백모 씨 등 29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토지배상금 650억5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자를 더한 전체 배상금은 1100억 원을 넘는다.

이 소송의 발단은 1961년 8월 박정희 정부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를 조성하면서부터였다. 공단 예정지는 서울시가 1950년 농민에게 분배해주고 땅값을 곡식으로 갚도록 한 농지였다. 하지만 정부는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보고 농지를 수용했다. 이에 반발한 농민들은 1967년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냈고 대법원에서 “원고들이 서울시에서 적법하게 받은 토지”라며 농민에게 유리한 취지로 고법에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도중 검찰이 소송을 낸 농민을 줄줄이 소환해 소송 사기 혐의로 조사하며 소송 취하를 강요했다. 대부분의 농민은 소송 취하 각서를 썼고 끝까지 버틴 41명은 결국 형사재판에 넘겨져 일부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파기환송심도 흐지부지되면서 종료되지 못했다.

2008년 7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농민들에게 민사소송을 포기하도록 강요했다”고 발표했고 이를 근거로 농민과 유가족들은 법원에 파기환송심을 재개해달라고 신청해 재판이 다시 열렸다.

이날 재판부는 “공권력 남용으로 강요된 소 취하는 무효이며 국가의 불법행위로 소유권을 얻지 못한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래대로라면 농지 소유권이 농민에게 이전됐을 시기인 1998년 말 토지 시가를 기준으로 배상액(650여억 원)을 산정했으며 이후 판결 선고 때까지 연 5%씩 이자를 더해 1100여억 원을 국가가 지급하도록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구로땅 강탈’#국가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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