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여생도 차별로 체면 구긴 空士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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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여자도 하늘이랍니다.” 공군사관학교가 1997년 처음 여성 생도를 선발하면서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말에 빗댄 우스개였다. 이후 육사(1998년)와 해사(1999년)도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사관생도들은 정식 입교 전에 5주일 동안 ‘지옥 훈련’을 거친다. 여성 생도도 8km짜리 완전 군장(배낭 무게 남자 22kg, 여자 10kg) 구보를 해야 한다. 구별은 있지만 차별(差別) 없이 남성 생도와 똑같이 4년간 고된 훈련을 견뎌내야 한다.

▷2003년 사관학교 중 첫 여성 수석졸업생을 배출한 공사(空士)에선 그동안 4명의 여성이 수석의 영예를 차지했다. 해사에서도 5명의 여성 수석졸업생이 나왔고 육사에선 작년까지 2년 연속 여성이 수석에 올랐다. 작년 학군사관후보생(ROTC) 수석도 여성 차지였다. 남성 생도 중에는 여성 생도가 누리는 ‘특별대우’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법조계 등 전문직 종사자에 비하면 훨씬 덜하지만 군 내부의 여풍(女風)도 차츰 거세지고 있다.

▷공사가 올해 졸업생 가운데 성적이 가장 우수해 대통령상 수상이 유력했던 여성 생도 J 씨를 체력검정 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수상에서 배제해 시끄럽다. 당사자의 문제 제기로 성차별 논란으로 번졌다. 이영만 공사 교장이 그제 국회로 불려가 군색한 해명을 하다가 말실수까지 해서 곤욕을 치렀다. 어제 재심의를 해 최초 결정을 뒤집고 여성 생도를 대통령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공사 측은 “성차별과 무관하다”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가 체면만 구겼다.

▷J 씨의 내무생활 점수는 일곱 학기 내내 10등 이내였다가 마지막 학기에 88등까지 떨어졌다. ‘금녀(禁女)’의 벽은 무너졌지만 유리 천장은 남아 있는 것인가. 공사는 수상자 선정 과정에 규정 위반은 일절 없었다고 해명했다. 파일럿 전공을 우대했다는 시각도 있다. 성적 1, 2위가 남성 생도들이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수석에서 차석으로 억울하게 밀려난 생도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뒷맛이 흔쾌하지는 않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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