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무죄 뒤… 민주 최고위 부쩍 는 고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날 좀 봐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왼쪽)가 2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시민단체와 공동 주최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을 바라보고 있지만 안 위원장은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날 좀 봐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왼쪽)가 2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시민단체와 공동 주최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을 바라보고 있지만 안 위원장은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요즘 민주당에서는 지도부가 지도부를 비판하는 거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1심 무죄 선고 이후 전면화하는 양상이다. 신경민 최고위원이 그 선봉에 서 있다.

신 최고위원은 김 전 청장 무죄 선고 직후 소집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의 상황 대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며 김한길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이에 김 대표는 “재판 결과까지 책임지라는 거냐”며 얼굴을 붉혔다.

두 사람은 지난주 ‘국정원 대선개입 무죄 만들기 프로젝트 대책특별위’ 설치를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충돌했다. 김 대표가 신 최고위원에게 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자 “대표가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받아쳤다는 것. 격론 끝에 신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긴 했지만 뒷말이 적지 않았다. 한 당직자는 “지난해 5·4전당대회 때 선출직 최고위원 중 최다 득표를 했고, 당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특위’ 위원장을 했던 사람이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신 최고위원은 우상호 이인영 은수미 의원 등과 함께 ‘혁신 블록’을 결성해 김 대표와의 노선 투쟁까지 예고한 상태다. 전대협, 구국학생연맹,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출신들이 주도하는 이 모임은 당내에서도 이념적으로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원식 최고위원도 참여하고 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19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특별검사 관철 등을 요구한 서울 광화문 장외집회에 참석하기 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장외집회는 올바르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불참했다. 특검만 고집하고, 일만 터지면 거리로 달려 나가는 태도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공식 회의에서 찬반 의견을 놓고 토론하되 결론을 내리면 일사불란하게 뭉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 지도부가 ‘따로 국밥’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정균환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지도부를 비판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요, 지도부가 특정 계파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스스로 졸(卒)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내 대표적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은 19일 이인영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지금 당 지도부의 얼굴로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다. 조기 선대위를 꾸려야 한다”며 “문재인 의원이 구원등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김 대표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문 의원 측은 “사전에 상의된 게 없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조수진 jin0619@donga.com·배혜림 기자
#김용판 무죄#민주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