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인사이드] ‘스윙맨’ 윤석민, 불펜도 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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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21일 07시 00분


볼티모어에 입단한 윤석민이 20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에드스미스스타디움에서 팀의 스프링캠프 합류 이후 첫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윤석민은 “아주 재미있다. 내가 경험했던 것보다 밝은 환경이다. 한국에 비해 훈련량이 많지 않아 좋다”며 웃었다. 사진출처|에두아르도 엔시나 기자 트위터
볼티모어에 입단한 윤석민이 20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에드스미스스타디움에서 팀의 스프링캠프 합류 이후 첫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윤석민은 “아주 재미있다. 내가 경험했던 것보다 밝은 환경이다. 한국에 비해 훈련량이 많지 않아 좋다”며 웃었다. 사진출처|에두아르도 엔시나 기자 트위터
■ 첫 훈련 볼티모어맨 윤석민의 희망

히메네스 입단…시즌 불펜 시작 가능성
총 162경기…5선발로만 완주 불가능
윤석민 선발·불펜 모두 소화 가능 장점
쇼월터 감독 “몸 잘 만든것 같다” 평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윤석민(28)의 목표는 한결같다. 절친한 후배 류현진(27·LA 다저스)처럼 불펜요원이 아닌 선발투수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호령하는 것이다. 윤석민은 “코칭스태프 앞에서 인상적 투구를 펼쳐 선발투수로 올 시즌을 뛰고 싶다. 충분히 가능하다”며 결의를 다졌다.

● 보너스가 순수연봉 넘을 수 있는 계약 내용

3년 557만5000달러의 조건에 오리올스에 둥지를 튼 윤석민은 계약기간 동안 매 시즌 26경기 이상 선발로 나설 경우 최대 1307만5000달러까지 받을 수 있는 독특한 딜을 체결했다. 사이닝보너스 67만5000달러에 올 시즌 연봉으로 75만달러가 책정됐다. 2015년 175만달러, 계약 마지막 해인 2016년 24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그러나 선발등판 경기에 따라 보너스 금액이 순수연봉을 넘어 설 수 있다. 올 시즌 선발 경기가 6경기면 10만달러가 추가된다. 8번째 경기에 10만달러, 12번째 경기에 10만달러, 15번째 경기에 10만달러, 18번째 경기에 10만달러가 더 걸려있다. 20경기를 채우면 20만달러, 24번째 경기 이후로는 26번째까지 매 경기 25만달러씩 더 얹어진다. 붙박이 선발로 26경기를 소화하면 올 시즌 총 연봉은 200만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발 진입에 실패하고 불펜투수로만 나서면 보장연봉 75만달러에 그치게 된다.

● 불펜으로 출발해도 절망할 필요 없다!

20일(한국시간) 오리올스는 4년간 5000만달러의 조건에 합의한 우완 강속구 투수 우발도 히메네스(30)의 입단을 공식 발표했다. 빅리그 통산 82승을 거둔 베테랑 히메네스의 가세로 오리올스는 크리스 틸먼(26), 첸웨인(29), 미겔 곤살레스(30), 버드 노리스(29)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윤석민은 케빈 고스먼(23), 잭 브리튼(27)과 함께 선발 진입을 노리는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어 현재로선 구원투수로 시즌을 시작할 공산이 매우 높다.

그러나 상황이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시계추를 1년 전으로 돌려보자. 지난해 류현진이 가세한 다저스는 무려 8명의 선발투수 후보를 거느린 투수왕국으로 분류됐다. 스프링캠프 초반 일각에선 류현진이 5선발에 진입하기도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다저스에서 선발등판한 투수는 무려 11명이나 됐다. 조시 베켓(8경기), 테드 릴리(5경기), 채드 빌링슬리(2경기)가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한 탓에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스티븐 파이프(10경기)와 매트 매길(6경기)까지 선발로 나서야만 했다. 반면 20경기 이상 선발등판한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32경기), 류현진(30경기), 잭 그레인키(28경기), 크리스 카푸아노(20경기) 등 4명에 불과했다.

정규시즌은 162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다. 결코 5명의 선발투수로만 시즌을 완주할 수 없다. 설령 윤석민이 선발 로테이션 합류에 실패한 채 시즌을 맞이한다고 해도 분명 기회는 찾아오게 마련이다.

● 선발과 불펜 가능한 스윙맨도 장점

또 한 가지 고무적 사실은 윤석민에 대해 벅 쇼월터 감독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입단식 때 등번호 18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혀주며 “시즌 방어율이 등번호처럼 1.8만 되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넨 쇼월터 감독은 “꾸준히 공을 던지며 몸을 잘 만든 것 같다. 지금 당장이라도 9이닝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윤석민의 투지 넘치는 모습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진출 소식이 늦어진 까닭은 어깨 부상 전력이 있는 그가 지난 2년 동안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활약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선발이 조기에 무너질 때 등판하는 롱맨이나 팀의 승리를 지키는 셋업맨으로 출격하는 것은 물론, 때에 따라 마무리로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50세이브를 올린 짐 존슨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떠난 뒤 오리올스는 그랜트 발포어를 영입하려 했지만 신체검사에서 문제가 생겨 팀 내부에서 마무리를 찾기로 방침을 바꿨다. 현재로선 지난 시즌 셋업맨으로 활약한 토미 헌터(28)가 소방수로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고가 아닌 평균 직구 구속이 96마일(약 155km)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지는 헌터는 지난해 6승5패4세이브, 방어율 2.81의 호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2011년까지만 해도 선발로 활약했던 터라 불펜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가운데 마무리라는 중책을 잘 견뎌낼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헌터가 제몫을 다하지 못한다면 윤석민이 팀의 뒷문을 잠그는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흔히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야수를 일컬어 ‘유틸리티맨’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투수는 ‘스윙맨’으로 부른다. 쇼월터 감독은 윤석민의 보직에 대해 2월 내로 결정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몸을 정상 컨디션으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힘찬 투구로 쇼월터 감독과 데이브 월리스 투수코치의 눈도장을 받는다면, 올 시즌 ‘스윙맨’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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