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박성현 “파이팅 넘치는 선행으로 정상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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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21일 07시 00분


박성현이 밟는 페달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다. 외아들인 그는 중학교 때 어려운 집안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경륜선수를 꿈꾸며 사이클을 시작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박성현이 밟는 페달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다. 외아들인 그는 중학교 때 어려운 집안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경륜선수를 꿈꾸며 사이클을 시작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시즌 첫 대상경주 우수급 우승 박성현

중학교 시절 억대연봉 꿈꾸며 사이클 시작
우수급 강급 충격…이 악물고 특선급 복귀
아내도 전직 사이클 선수…많은 도움 받아

자전거만 잘 타도 연봉 1억을 벌 수 있다고?

중학교 입학 후 맞은 첫 체육 시간, 소년은 사이클부 감독도 맡고 있는 체육 선생님이 들려준 경륜 얘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억대 연봉’은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의 선수들이나 받는 수입이라고 생각했다. 멀리서 은빛으로 빛나는 자전거 한 대가 소년의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박성현(29·특선급·유성팀)이 16년 전 사이클을 시작할 결심을 한 순간이다. 이후 전곡중, 의정부공고, 성화대, 가평군청에서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 활약했던 박성현은 2009년 훈련원 16기로 경륜에 데뷔했다. 중학생 때 품었던 꿈을 이룬 거다.

- 중학생이 경륜선수를 동경하기가 쉽지 않은데.

“초등학교 시절 집안 형편이 갑자기 나빠져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를 했다. 당시 공부에 취미가 없었는데, 체육선생님의 이야기가 희망의 빛이 됐다. 경륜선수가 되어서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허약한 외동아들이 운동을 하겠다고 하자 어머니의 반대가 심해 설득하느라 힘들었다.”

- 1월 26일 열린 시즌 첫 대상경주 우수급에서 우승했다.

“생애 첫 대상 트로피였다. 2010년 데뷔 후 4년간 특선급 붙박이로 뛰다, 지난해 말 부진으로 우수급으로 강급돼 충격이 컸다. 강급 후 편성될 때마다 우승후보로 꼽혀 부담스러웠고. 정신력을 재무장해 자력승부에 주력했는데 결과가 좋아 특선급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 유성팀 동료들의 선전이 자극이 됐나.

“우리 팀은 화기애애한 가족같은 분위기다. 선배라도 부족한 점은 후배에게 거리낌 없이 조언을 청한다.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슈퍼특선급에서 뛰는 동료는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후배인 박건비(27·19기)의 급성장에 자극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홍석한(8기·39) 선수를 존경한다. 기량, 자기관리 등 배울 점이 많다. 신인 때 훈련지로 유성을 결정한 이유도 홍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 특선급에 복귀했는데 특별한 전략이 있나.

“유성팀 하면 파이팅 넘치는 선행으로 유명하다. 최근 나도 선행훈련을 많이 했는데 스피드가 잘나왔다. 경주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웬만하면 앞에서 선행으로 경주를 주도하고 싶다.”

- 본인이 생각하는 장·단점은.

“한번에 힘을 몰아 쓰는 순발력은 자신 있다. 반면 레이스 흐름을 잘 읽지 못하고, 경주 운영 능력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처진다.”

- 아내도 사이클 선수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7년 세계사이클선수권 도로 부문 6위를 했던 정해옥(26·전 상주시청)이다. 아마 시절에는 나보다 실력이 좋았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 결혼해 1남2녀를 두었다. 아내가 같은 운동을 한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 평소 즐기는 음식과 취미는.

“장모님이 장어를 자주 사주시는데, 피로 회복과 체력 유지에 그 만한 음식은 없는 것 같다. 특별한 취미 대신 매일 웨이트에 집중한다. 이 때문에‘인생을 재미없게 산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 경륜선수로서 목표는.

“좌우명이 ‘노력하는 자에게 배신은 없다’이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정상에 서고 싶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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