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러 선수들 ‘안방점수+푸틴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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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국제스포츠계 영향력 막강… “소트니코바 2위는 푸틴 덕” 뒷말
극찬 받은 연아 트리플 플립 점프… 심판 1명, 가산점 아예 안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 열린 피겨 단체전을 관람하고 있다. 단체전 금메달은 러시아가 차지했다. 동아일보DB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 열린 피겨 단체전을 관람하고 있다. 단체전 금메달은 러시아가 차지했다. 동아일보DB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가장 큰 성과를 얻는 사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푸틴 대통령은 소치 올림픽을 통해 ‘국제스포츠계의 거물’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11위)로 톱10에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은 러시아는 소치 올림픽에서 푸틴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20개가 넘는 메달을 휩쓸며 스포츠 강국의 위신을 되찾았다.

안현수를 비롯해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귀화시키고 포상금 액수를 크게 늘리는 등 소치 올림픽 개막 전부터 후방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던 푸틴 대통령은 대회 개막 뒤에는 수시로 경기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독려했다.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그는 율리야 리프니츠카야 등 러시아 선수들의 머리를 일일이 쓰다듬으며 격려했다. 아이스하키 경기장도 찾았다. 하지만 아이스하키가 핀란드에 져 8강 진출이 좌절되자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큰 기대를 걸었다. 19일(현지 시간) 쇼트프로그램에서 18세 소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74.64점)가 김연아에 크게 못 미치는 연기를 보이고도 겨우 0.28점 뒤진 2위에 오른 것은 푸틴 대통령 덕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올림픽 개막 전 푸틴 대통령이 ‘피겨 여왕’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적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스포츠 마니아다. 어렸을 때부터 익힌 삼보와 유도에 정통하다. ‘푸틴과 함께 유도를’이라는 책을 냈을 정도다. 아이스하키도 곧잘 한다. 직접 즐길 뿐 아니라 관심도 대단하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유럽쇼트트랙선수권대회 남자 5000m 계주에서 러시아에 우승을 내준 네덜란드 선수가 최종 주자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에게 ‘손가락 욕’을 한 것을 보고 분노해 자국 빙상연맹에 강력한 항의를 지시했을 정도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영국까지 날아가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치 올림픽 유치 때도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그는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때 현지에 대형 아이스링크를 설치하고, IOC 위원들을 직접 만나는 등의 행보를 펼치며 평창을 제치고 소치가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올림픽을 통해 ‘강대국의 부활’을 알린 푸틴 대통령의 후광이 실제로 작용한 것일까. 국제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에 올라온 쇼트프로그램 채점표에 따르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심판은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 점프에 가산점을 주지 않았다(0점 처리). 반면 소트니코바의 트리플 플립은 모든 심판으로부터 가산점을 받았다. 더블 악셀 등 다른 기술 점수도 김연아보다 높았다.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김연아보다 높은 예술 점수를 받았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소치 겨울올림픽#푸틴#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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