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기업 실습갔던 고교생, 지붕 무너져 숨졌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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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이 성의있는 사과도 없어”… 유족들 열흘째 장례 못치르고 항의
해당 업체 불법 야근시키기도

“진정성 있는 사과만 받아도 장례를 치를 텐데….”

울산 북구의 울산전문장례식장 지하 일반실. 울산 북구에서 10일 내린 폭설에 공장 지붕이 무너지면서 사망한 고교 실습생 김대환 군(19)이 열흘이 지난 20일까지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영안실에 누워 있다. 김 군이 안치돼 있는 곳은 17일 체육관 강당 붕괴로 10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와 6∼7km 떨어진 곳이지만 사회적 관심은 ‘하늘과 땅’ 차이다. 마우나오션리조트 희생자들은 리조트가 적극 보상에 나서 10명 중 8명이 합의하고 21일 합동 영결식을 치르지만 김 군은 아직 장례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 20일 오후 찾아간 김 군의 빈소에는 가족과 동료 학생 등 5, 6명만 쓸쓸히 앉아 있었다. 유족은 회사 측의 태도가 무성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 북구의 자동차부품 회사인 금영ETS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실습생으로 일하던 김 군이 숨진 것은 10일 오후 10시 15분경. 졸업식을 이틀 앞둔 날로, 울산지역에 내린 20여 cm의 눈에 샌드위치패널로 지어진 공장 지붕이 무너지면서 변을 당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와 거의 비슷했다. 김 군은 실습생이라 야간근무를 할 수 없지만 12월부터 주야 맞교대로 근무를 하다가 희생됐다.

유가족이 김 군의 사망 소식을 접한 건 이날 오후 11시 40분경이었다. 병원이 김 군에게 사망 진단을 한 시간(오후 11시 5분)에서 35분이 흐른 뒤였다. 그것도 병원 관계자에게 사망 소식을 들었다. 이때까지 회사 사람들은 아무도 병원을 찾지 않아 빈소도 유가족이 직접 차렸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회사 간부가 찾아왔으나 화가 난 가족으로부터 빈소에서 쫓겨났다. 사고 이틀이 지나 회사 대표 최모 씨가 찾아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사과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마찬가지로 돌려보냈다. 그 이후로는 회사 사람들이 빈소를 찾지 않아 19일 가족들이 연락해 회사를 찾아갔다. 유가족은 김 군이 사망한 현장을 둘러봤지만 자세한 보상 문제는 논의하지 못했다.

김 군의 아버지 김영호 씨(50)는 “제대로 된 사과만 받으면 아들을 하루빨리 저 세상으로 보내주고 싶다. 하지만 성의 있는 사과가 없어 억울해서 장례를 못 치르겠다”고 말했다.

울산고용노동지청은 20일 실습생을 법정 시간을 넘겨 일하게 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최 씨를 입건했다. 회사 측은 “진정으로 사과하고 있으며, 최선을 다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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