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 맞으며 주민 설득… 그래도 뿌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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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
기업유치 발벗고 뛴 市공무원들

이주현 경기 파주시 조리읍장은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2004년 7월 산업단지팀장이었던 그는 파주 LCD협력단지 조성 공청회에서 산단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에게 맞아 고막이 터졌다. 이 읍장은 “토지 보상과 환경오염 문제로 주민들의 갈등이 심했지만 결국 문산은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했다.

파주 LG디스플레이단지의 성공에는 발 벗고 뛴 공무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정부는 단지 조성을 위해 2003년 2월 산업자원부 국방부 환경부 건설교통부 등 15개 부처 관계자로 종합지원반을 구성했다. 당시 경기도와 파주시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인재 파주시장은 당시 파주시 부시장으로 TF를 이끌었다. 그는 “전기 무료를 내세운 대만과 경쟁해 대기업을 유치한 만큼 착공은 반드시 예정된 시기에 해야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LG가 양해각서(MOU)를 맺은 2003년 2월부터 착공한 2004년 3월까지 1년 1개월간은 전쟁 같았다. 파주시는 공무원 10여 명으로 주민설득반을 만들었다. 이들은 밤늦도록 마을 입구를 지키다가 귀가하는 주민을 붙잡고 토지보상 동의를 받아내야 했다. 1년 6개월 이상 걸릴 것 같던 보상을 8개월 만에 마쳤다.

산단 조성을 하려면 해당 토지에 문화재가 묻혀 있는지 발굴조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겨울이라 땅이 얼어붙어 조사를 할 수 없었다. 파주시는 3만3000m²(약 1만 평)에 달하는 땅에 1억 원을 들여 비닐하우스를 설치한 뒤 온풍기를 돌렸다. 이렇게 땅을 녹여 1개월 만에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 시장은 “고생 끝에 착공 시기를 맞추고 나니 뿌듯했다”며 “그런 노력 덕분에 도시 이미지를 군사도시에서 젊은 경제도시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주=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이주현#파주시 조리읍장#L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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