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전력 사외이사 낙하산도 박 대통령 뜻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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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최근 사외이사에 13,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강희 씨와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선임했다. 세 사람 모두 전력과 에너지 관련 업무에 전문성이 없다. 해당 인사들을 정치적으로 배려하기 위한 인선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외이사 제도는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전문가들을 이사회에 참여시켜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독립적인 입장에서 회사 경영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사외이사 인선에 전문성이 배제되면 공기업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장과 감사가 낙하산인 공기업에 사외이사까지 낙하산을 투입하면서 어떻게 공기업 개혁을 이루겠다는 것인가.

한전은 지난해 말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보령서천지구당위원장을 지낸 검사 출신의 안홍렬 변호사를 감사에 선임했다. 한국서부발전과 대한석탄공사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감사도 대선 공신(功臣)이나 새누리당 출신들을 앉혔다. 공기업 감사는 공기업 내에서 사장 다음으로 높은 ‘넘버 2’로 사장을 견제해야 한다. 내부 비리를 파헤치고 사장의 독단을 막으려면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 인사가 적격이다. 낙하산 감사들이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같은 기본적인 회계자료를 들여다볼 능력과 식견을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도 공기업 감사나 사외이사에 낙하산 인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더는 좌시할 수 없을 만큼 곪을 대로 곪은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공기업 개혁은 역대 정부에서 모두 실패했지만 그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수시로 공기업 개혁을 강조하는 마당에 공기업 사장과 감사 사외이사까지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되니 국민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대통령의 말과 인사가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공기업을 정권의 전리품(戰利品)으로 여기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공기업 개혁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민간 전문가를 중용해야 한다. 자리 나눠 먹기 식의 인사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한국전력#이강희#조전혁#최교일#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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