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문소리 “잠자리 코스프레, 부끄러운 게 더 재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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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능의 법칙’서 파격 변신 문소리

“연하남(이재윤)과 함께한 (엄)정화 언니가 부러웠냐고요? 아니요. 제 남편인 이성민 오빠가 ‘짱’이었어요.” 방지영 동아닷컴 기자 doruro@donga.com
“연하남(이재윤)과 함께한 (엄)정화 언니가 부러웠냐고요? 아니요. 제 남편인 이성민 오빠가 ‘짱’이었어요.” 방지영 동아닷컴 기자 doruro@donga.com
최근 충무로는 중년 남자 배우들이 장악하고 있다. 송강호 황정민 이정재 설경구 등이 일으킨 거센 ‘남풍(男風)’에 여배우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문소리(40)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스파이’(2013년)에서 능수능란한 코믹 연기를 선보이더니 ‘분노의 윤리학’(2013년)에서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에는 ‘관능의 법칙’이 개봉했고, 3월에는 ‘만신’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관능의 법칙’(감독 권칠인)은 문소리의 파격 변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발기부전을 앓고 있는 남편에게 일주일에 3번씩 잠자리를 요구하는 아내 미연 역을 맡은 그는 40대 여성의 성(性)과 사랑을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표현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미연에게 가장 끌렸지만 이해하기도 힘들었어요. 판타지 요소가 강한 캐릭터였거든요. 일주일에 세 번씩 잠자리를 요구하는 여자라니…. 공감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죠.”

그때부터 문소리는 정보수집(?)에 들어갔다.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에 끼어들었고, 발기부전에 대해 공부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메이드(하녀) 복장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미연에게 잠자리는 특별한 의미잖아요. 와인과 장미꽃 설정은 시시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 역인 이성민 씨에게 코스프레를 하자고 제안했죠. 창피하지 않았냐고요? 오히려 연기할 때는 부끄러운 게 더 재밌어요.(웃음)”

‘관능의 법칙’이 제작된다고 했을 때, 영화인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1년간 상영되는 한국영화 120편 중 여성 중심의 영화는 고작 10여 편. ‘관능의 법칙’의 문소리 조민수 엄정화는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에서 “여배우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곳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문소리는 인터뷰에서도 “투정으로 들릴 수 있지만 여배우들이 활약할 수 있는 영화가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배우들을 위한 환경이 필요해요. 그렇다고 무조건 바라기만 하면 안돼요. 더 많은 노력을 해야죠. 저도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한동안 출연할 작품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시련을 잘 견디면 그 과정을 바탕으로 명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힘들 때가 많았지만 문소리는 늘 여유를 잃지 않았다. 비결을 묻자 “큰 힘을 주는 딸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대답했다. 이날도 딸이 보낸 동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고 있음을 느껴요. 그런 전폭적인 사랑은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딸의 사랑을 받으면서 불안함이 사라졌어요.”

문소리의 딸 자랑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배우가 아닌 엄마 문소리의 모습이었다.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한 것을 딸이 봤어요. 네 살 된 딸이 TV에 나온 저를 보고 정말 기뻐하더라고요. 더 크면 제가 나온 작품들도 보게 될 텐데 ‘여배우로서 엄마로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쉼 없이 4편의 작품을 소화한 문소리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언제나 그랬듯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다시 현장으로 뛰어갈 생각이다.

“어느 한 시대가 원하는 것에 맞춰가는 배우로 살고 싶지 않아요. 시댁에서 원하는 며느리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하하! 언제나 용감하고 과감하고 싶어요. 아픔이 있더라도 잘 견뎌 스스로 뿌듯한 ‘여배우’가 되고 싶어요.”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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