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CAR]독일 차회사들 여행마케팅 대박 부럽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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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열린 ‘아우디 아이스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현장. 레옹 제공
핀란드에서 열린 ‘아우디 아이스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현장. 레옹 제공
자동차 회사의 주요 수입원은 무엇일까? 상당수의 사람들은 ‘자동차 판매’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이 나온다. 자동차 부품이나 튜닝 용품부터 자동차를 살 때 이용하는 금융 프로그램, 투자와 부동산까지…. 프린터 업체가 기계 판매보다 교체용 잉크 판매로 돈을 더 많이 버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독일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은 다른 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하지 않는 독특한 자동차 관련 상품을 내놓아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바로 ‘자동차 여행 상품’이다. 자사의 자동차를 타고 달리기에 좋은 장소를 물색해 그 지역을 주제로 한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고, 관광객뿐 아니라 자동차에 관심 많은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아우디가 매년 핀란드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우디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천호(千湖·1000개의 호수)의 나라’로 불리는 핀란드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평을 듣는다. 아우디는 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얼음 호수 위에 자동차 트랙을 만들고 운전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아 행사를 연다. 참가자들은 북유럽의 이국적인 풍광을 보며 ‘자동차 경주 참가자’처럼 차를 운전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스노모빌을 타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시속 100km로 질주하거나 핀란드식 사우나와 노천탕을 오가며 오로라를 감상할 수도 있다. 참가비는 약 380만 원(비행기 요금 제외)으로 싼 편은 아니지만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번지면서 추첨을 해야 할 정도로 참가자들이 몰리고 있다.

아이스 드라이빙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아우디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한 서킷에서 고성능 차량을 마음껏 타볼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참가비는 약 330만 원이지만 여기에는 아랍에미레이트항공의 비즈니스석 탑승권과 호텔 숙박권, 자동차 주행 비용 등이 모두 들어가 있다.

BMW는 ‘나미비아 멀티데이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프리카 남부의 나미비아에서 펼쳐지는 이 여행은 BMW의 ‘X5’를 타고 나미비아 곳곳을 7박 8일 동안 누비는 프로그램이다. 비포장도로와 초원, 해변, 모래사장 등을 달리는가 하면 사막과 사구(砂丘·모래 언덕)를 거침없이 달리기도 한다. 사자나 코뿔소, 기린을 만날 수 있고 수백 마리의 타조 떼도 볼 수 있다. 레이서 출신 가이드가 운전하는 차를 따라 참가자 두 명이 한 조가 돼 따라 달리는 형식이다. 나미비아 특산물인 굴과 와인으로 배를 채우는 호사스러움도 만끽할 수 있다. 유럽 관광객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등의 신흥 부호들이 몰리면서 이 여행 프로그램은 1년 전 예약을 해야 참가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포르셰도 유럽과 아프리카, 시베리아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에 수십 군데의 주행 코스를 마련해 놓고 있다. 독일의 아우토반에서 속도 무제한 구간을 즐기거나 칸의 해안도로를 포르셰 컨버터블로 달려볼 수도 있다. 폴크스바겐은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공장 건물을 자동차 테마 파크 ‘아우토슈타트’로 꾸며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모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폴크스바겐,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폴크스바겐 그룹 산하의 모든 브랜드가 전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공장 옆으로 흐르는 강 건너편에는 세계적인 체인 호텔 중 하나인 ‘리츠 칼턴’이 있어 느긋하게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내고 있을 뿐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얻고 있다. 여행에 참가한 사람들이 해당 자동차 회사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주제로 한 콘텐츠 사업을 통해 기술적인 면뿐 아니라 감성적인 면에서도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신동헌 남성지 ‘레옹’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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