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신입생 참사는 총학생회 기업 정부의 공동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9일 03시 00분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9명과 이벤트회사 직원 등 10명이 신입생 환영회가 열린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의 붕괴로 숨졌다. 고단한 수험생활을 끝내고 젊음을 만끽할 청춘들이 하룻밤 사이에 차가운 시신이 돼 부모의 가슴에 묻혔다. 총학생회는 새로 만든 캠퍼스에서 행사를 열자는 대학 측의 요청을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학생 행사에 간섭하지 말라는 총학생회의 요구에 냉가슴을 앓는 대학도 적지 않지만, 최소한 사전 답사라도 해서 안전을 점검하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

이번 사고는 지붕이 물을 먹은 습설(濕雪)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일어났다. 최근 1주일 동안 경주 지역에는 평균 50cm가 넘는 눈이 왔다. 마우나오션리조트의 소유주인 코오롱은 숙박시설은 고급스럽게 짓고서 단체행사용 체육관은 부실한 가건물처럼 세워놓았다. 서로 다른 재료를 샌드위치처럼 겹쳐 만든 패널 구조가 부실의 원인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샌드위치 패널은 겉으로 보면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쉽게 드러나지 않아 건축주들이 규제를 피하는 데도 사용된다. 이 체육관은 현행법상 안전관리 대상이 아니어서 2009년 준공 이후 한 번도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

예상 밖의 큰 눈이 내렸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여름철 태풍 호우만이 아니라 겨울철 대설 한파의 강도도 점점 세지고 있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도 대설 재난이 자주 일어났다. 2004년과 2010년에 중부지방, 2011년과 올해 동해안에 대설이 있었다. 설해 대책이 제설차량으로 눈이나 치우고 염화칼슘을 도로에 뿌리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눈 무게를 견딜 건물의 안전 기준, 사고 시 구조차량의 접근성 등 설해 사고의 예방과 대책 점검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안전관리에서 더 중요한 것은 예방과 선제적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꾼 것도 국정철학의 반영이었다. 그러나 안행부 공무원을 늘렸을 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현대를 위험 사회라고 부른다. 기후변화와 산업발전으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 과거 기준으로는 안전을 지킬 수 없는 세상이다. 사회 전체가 새로운 위험 요소에 예민한 감각으로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선진 안전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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