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보 교육감 김상곤의 구태정치, 江南 출판기념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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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기초자치단체장의 출판기념회 행사장 입구에는 뒤주만큼 큰 ‘모금함’이 세 개나 놓여 있었다. 첫 번째 함에 봉투를 넣으려던 지인은 당황했다. 봉투가 꽉 차 더 들어가지 않았다. 두 번째 함에다 밀어 넣으려 했으나 거기도 꽉 차 있었다. 세 번째 함에 겨우 봉투를 구겨 넣을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출판기념회가 정치인 세력 과시의 장(場)이자 편법적인 정치후원금의 모금 집회로 변질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6·4지방선거를 겨냥해 출마 희망자들의 업적 홍보와 선거용 ‘실탄’ 수금(收金)을 겸한 출판기념회가 부쩍 잦아졌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그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으로 명성을 쌓은 그가 선거를 앞둔 시기에 기성 정치인들처럼 대대적인 출판기념회를 가진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2000여 명이 몰린 행사에는 경기도내 초중고교와 교육청 관계자뿐 아니라 경기도내 지방공무원이나 지방의원들도 적잖이 참석했다. 이래서 교육감 선거를 없애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출판기념회를 경기도교육청 소재지인 수원도 아니고,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연 데 대해서도 뒷말이 분분하다. 교육청 관계자는 “많은 분이 편하게 찾아오시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래야 재력 있는 손님이 많이 올 것이고, 정치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고려도 있었을지 모른다. 김 교육감은 ‘새정치’를 내세운 안철수 의원 측으로부터 경기도지사 후보로 구애를 받고 있지만 민주당까지 포괄하는 범야권 단일후보 추대를 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출판기념회는 수입 지출 내용을 기록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토록 돼 있는 정치자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비중 있는 시도지사 후보의 경우 한 번에 5억∼10억 원은 모을 수 있는 사실상의 정치자금 조달 창구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출판기념회를 구태정치로 지적하고 아예 못하게 하거나, 여기서 모은 돈을 선관위에 신고하는 방안 등 개선안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김 교육감이 정치에 뜻을 두었다면 17개 시도 중 인구가 제일 많은 경기도의 교육수장(首長)답게 작은 정치개혁이나마 먼저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줬어야 했다. 국무총리를 지낸 한 인사는 얼마 전 자신의 50년 공직 경험을 담은 소중한 회고록을 내면서 출판기념회 없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책을 한 권씩 보낸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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