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도 못 버틸걸” 우려 딛고 완판녀로 승승장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애경 첫 여성 영업사원 심선주씨

애경 최초의 여성 영업사원인 심선주 씨(오른쪽)가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의 한 편의점을 찾아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애경 최초의 여성 영업사원인 심선주 씨(오른쪽)가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의 한 편의점을 찾아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너 분명히 2주 만에 그만둔다. 내가 장담한다.”

2007년 4월, 애경에 영업직 인턴사원으로 3명의 여성이 입사했다. 여성 영업사원이 들어온 것은 회사 창립 이후 처음이었다. 중년 남성이 대부분인 대리점 사장과 마트 점장 등을 상대해야 하는 ‘험한 일’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3명 중 가장 얌전해보였던 심선주 씨(31)는 선배들에게서 ‘오래 못 버틸 것’이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다행히 두 달간의 인턴 기간이 끝나고 3명은 모두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그때도 심 씨는 ‘정말 할 거냐’는 선배들의 우려를 들었다.

7년이 지난 지금, 당시 입사한 여성 3명 중 현재 남아 있는 사람은 심 씨가 유일하다. 그녀는 현재 전국 2만5000여 개 편의점에 애경의 생활용품을 납품하는 일을 책임지고 있다.

영업직으로 일하는 것은 심 씨의 오랜 목표였다.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학 때 방학만 하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판매 아르바이트를 했다. 수입과자 코너든, 의류매장이든 항상 목표 물량 이상으로 물건을 팔며 ‘완판녀’로 불렸다.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간 때우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는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이 있으면 재빠르게 다가가 말을 건넸죠.”

그런 그녀도 남자뿐인 환경에서 버티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을’의 입장이다 보니 회사를 깎아내리는 말도 수차례 들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주눅 들기 일쑤였지만 오기로 버텼다. 시간이 지나자 거래처를 대하는 노하우가 늘었다. 대형마트 점포를 담당하던 심 씨는 2011년부터 편의점 영업을 맡았다. 그녀는 편의점의 상품기획자(MD)에 따라 대하는 전략이 다르다. 심 씨는 “여성 MD들은 상품에 대해 꼼꼼히 설명해주는 걸 좋아해요. 40, 50대 남성 MD에게는 애교가 무기죠”라며 미소를 지었다.

심 씨는 지난해 여성 영업사원의 진가를 발휘했다. 그녀는 편의점 납품용으로 클렌징 오일과 폼으로 구성된 여성용 클렌징 세트를 내놓자고 제안했다. 여성들이 급하게 화장을 지워야 할 경우가 많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칫솔세트나 세면도구 세트가 아닌 클렌징 세트는 이전엔 편의점에서 볼 수 없는 상품이었다. 반신반의했던 회사에서는 샘플용으로 내놓은 소형 제품들로 수익이 오르니 크게 기뻐했다.

현재 약 200명인 애경 영업사원 중 여성은 6명뿐. 여전히 소수다. 아직도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지원하는 여성들이 별로 없다. ‘애경 최초 여성 영업사원’의 꼬리표가 늘 따라붙는 그녀의 책임은 그만큼 막중하다.

“영업직이 힘들다는 건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정기적으로 실적을 체크하면서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크나큰 매력이 있죠.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영업직에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해보면 알겠지만 여성으로서 장점이 훨씬 많아요.”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완판녀#애경#여성 영업사원#심선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