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이 학교 졸업식은 책으로 시작해 책으로 끝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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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목상초교의 이색졸업식

학생 수 487명에 4만여 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대전 대덕구 목상초등학교 학생들이 도서관 활용수업을 받고 있다. 목상초 제공
학생 수 487명에 4만여 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대전 대덕구 목상초등학교 학생들이 도서관 활용수업을 받고 있다. 목상초 제공
‘책으로 미래를 여는 졸업식을 아시나요?’

21일 대전 대덕구 목상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제13회 졸업식은 색다르다. 교장 훈시, 내빈 소개와 축사, 상장 수여, 재학생 송사와 졸업생 답사, 졸업식 노래 합창으로 이어지는 평범한 졸업식과는 차별화된다. 졸업생 82명을 대상으로 ‘책으로 시작해 책으로 끝나는’ 이색적이고 의미 있는 졸업식을 마련하는 것.

행사가 시작되면 이 학교 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의 모임인 ‘북 시터’의 회원(17명) 대표가 먼저 졸업생들에게 큰 꿈을 꾸라는 내용의 시를 낭송한다. 이어 재학생과 졸업생의 송사와 답사가 시 낭송으로 대체된다. 졸업생은 자신이 재학 중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후배들에게 독후감과 함께 전달한다. 졸업식장 주변은 학생들이 직접 그린 책 표지 작품으로 장식한다.

행사 동안 은은한 음악이 강당에 흐른다. 학교 측은 졸업 선물로 책과 독서 다이어리, 천으로 만든 가방을 선물한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목상초가 이런 졸업식을 마련한 데는 이유가 있다. 대전 3, 4공단에 위치한 목상초의 전체 학생(487명) 부모 대부분은 공단에 다니는 맞벌이다. 다른 학교 학생들에 비해 여행이나 다양한 체험 등의 기회가 부족한 편. 학교 측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4, 5년 전부터 ‘책을 통한 세상나들이’를 구상했다.

작은 학교지만 책을 구입하는 데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책을 읽어주는 어머니 모임도 결성됐다. 책을 읽고 토론하며 독후감 쓰는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되면서 책 읽는 분위기가 모든 학생으로 확산됐다.

상복도 이어졌다. 2011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한 학교독서교육대상, 2012년에는 전국도서관운영평가 학교도서관부문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지난해에는 같은 부문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소문이 나면서 롯데장학재단에서 1000권을 비롯해 간행물윤리위원회, 출판사 등의 책 기증도 이어졌다.

이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도서는 4만여 권. 1인당 보유 권수는 82권으로 전국 초등학교 평균(23권)에 비해 4배가량이나 많다. 독서지도를 맡은 강인서 교사(38·여)는 “책에서 길을 찾고 꿈을 키우는 졸업식 문화를 위해 올해 처음 이런 형태의 졸업식을 준비했다. 이런 아름다운 전통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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