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고려인 정착지원은 광주 지역사회의 숙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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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김경학 교수 논문서 밝혀

광주 광산구에는 중앙아시아와 옛 소련 지역에 살던 고려인 1000여 명이 모여 살고 있다. 고려인은 중앙아시아지역 동포를 일컫는다. 이들이 광주에 마을을 이룬 건 이들의 정착을 돕는 인권 돌보미들이 지역사회 후원과 관심을 이끌어낸 게 한몫을 했다. 그러나 우리말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고려인이 국내에 정착하기 위해선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남대 인류학과 김경학 교수는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한국이주와 정착: 광주 고려인 마을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광주 광산구에 고려인마을이 생긴 건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57·여) 등 지역 인권 돌보미들이 정착을 돕는 이주자 네트워크를 만들고 주변의 관심과 후원을 이끌어낸 것이 힘이 됐다”고 밝혔다.

고려인들은 2004년 광주 광산구 월곡·산정·우산동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정착한 신 대표를 비롯해 국내 출신 인권 돌보미들이 함께 취업을 돕는 고려인센터와 자녀 교육을 위한 어린이집·아동지원센터 등을 조성했다. 최근에는 광주에 정착하려는 고려인이 크게 늘었다.

김 교수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광주 광산구에 정착한 고려인 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20명이 지난해 입국했다. 지난해 1월부터 10개월 동안 광산구에 살고 있다고 신고한 고려인은 174명에서 221명으로 47명이나 늘었다.

고려인이 살았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민족·종교주의가 되살아났다. 이 가운데 우즈베키스탄은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지면서 현지 고려인들의 국내 이주가 늘어났다. 한국은 러시아나 카자흐스탄보다 방값이 싸고 생활비 부담도 적은 편이기 때문.

고려인들은 한국에 온 이유로 ‘일자리가 많아서’(20명) “가족 친지 친구가 살고 있어서”(16명) ‘같은 민족이기 때문’(5명)이라고 답했다. 광주를 택한 가장 큰 이유로는 ‘광주에 가족, 친지, 친구가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24명이 답했다.

고려인센터 등 이주자네트워크 이외에 최근에는 고려인 식품점, 여행사, 우즈베키스탄 식당 등도 문을 열었다. 고려인마을이 들어선 이후 월곡·산정동은 침체된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월곡·산정동 주민들은 고려인이 가족 단위로 살고 부지런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대부분 고려인들은 한국말이 서툴지만 중국에서 사는 조선족 동포와 달리 한국에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광주시의회가 고려인 지원조례를 처음으로 제정했지만 이들이 정착하기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고려인#광주#김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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