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경부선에 갈라진 마을… 굴다리 벽화로 다시 활기

대전 읍내동 7개로 쪼개지며 한때 음산한 굴다리만 가득
벽면에 그림 그리고 주변정리… 마을공동체 되살아나 축제 열어

염홍철 대전시장이 14일 ‘대전형 좋은마을 만들기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유성구 구암동 들마을을 방문해 주민과 학생들이 그린 벽화를 둘러보고 있다.(위쪽 사진) 경부선철도 건설 등으로 7개의 굴다리가 생기면서 뿔뿔이 쪼개졌던 대전 대덕구 읍내동 굴다리마을이 최근 깔금하게 정리되면서 해체된 마을이 복원되고 있다. 대전시 제공·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 대덕구 읍내동. 조선시대 회덕관아와 향교 등이 위치해 있어 대전에서 가장 번화했던 곳. 하지만 1905년 경부선이 지나면서 읍내동은 둘로 쪼개지고 관아마저 대전역이 있는 동구 원동으로 옮겨갔다. 경부선 철도의 직선화와 평탄화 사업이 추진되면서 굴다리는 더욱 늘어났다.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고속철도 노선 신설로 마을은 유례없이 7개로 나뉘었다. 마을은 쪼개지고 음험한 굴다리 분위기 때문에 가까운 이웃마저 쉽게 만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요즘 읍내동 굴다리를 찾으면 정겨움이 넘친다. 굴다리 벽면마다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져 있고 굴다리를 지나는 도로는 인도와 차도가 말끔히 정리돼 있다. 곳곳에 운동시설도 설치돼 있어 과거 소름끼치던 곳에서 문화와 스토리가 넘치는 곳으로 바뀌었다. 임창웅 대덕문화원 사무국장은 “벽화는 동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여서 그린 것”이라며 “그동안 해체됐던 마을 공동체가 다시 복원되고 뿔뿔이 흩어졌던 주민들은 굴다리에서 축제도 연다”고 말했다.

대덕연구단지 안에 있는 유성구 신성동은 한울, 럭키하나, 대림두레아파트 등이 들어서면서 전형적인 도심 아파트촌을 형성했다. 특히 거주민들 대부분이 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민간연구소, 대학 종사자여서 두뇌집단의 ‘이기적인 냄새’가 풍기는 곳이었다. 하지만 마을 공동체인 ‘마실’이 결성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09년 시작된 ‘마실’은 처음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모인 품앗이 육아공동체였다. 서로 갖고 있는 재능을 나눠 육아와 무료 과외 등도 했다. 회원들이 늘면서 지금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전래놀이와 자연친화적 체험 교육을 하는 마을 공동체로 성장했다.

‘마실’의 문은성 대표는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니 다른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됐다. 자연스럽게 엄마들끼리 친해지니 경쟁보다는 배려를 하게 됐다”며 “특히 아빠들의 참여가 부쩍 늘어 올해에는 아빠 모임이 생긴다”고 말했다. ‘마실’은 지난해 대전시가 공모한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에도 선정됐다.

유성구 구암동 들마을에도 최근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마을 골목길마다 주민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다. 대학생들도 참여했다. 충남대생 이태호 씨(24) 등은 각 가정을 방문해 어르신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 벽화를 그리고 그곳에 시도 적어 넣는다. 스토리가 있는 벽화인 셈이다.

14일에는 염홍철 대전시장이 신성동과 구암동을 방문해 대전시의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이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꼼꼼히 살폈다. 염 시장은 “주민들이 마음을 열고 공통 주제나 사업을 갖고 부대끼니 마을이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 확연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며 “사회적 자본이 충실한 대전이 꼭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대전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145개 공동체 형성을 위해 4억4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올해 모집에는 219개 마을 공동체가 응모했다. 시는 전문가들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내달 7일 지원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