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만에 와르르…“악몽의 순간 기억조차 하기 싫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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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는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구조물에 깔려 있었어요."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가 한창이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붕괴돼 대학생 9명과 이벤트 회사 직원 1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생지옥과 다름없는 사고현장에 구조돼 목숨을 건진 부산외대 예비 신입생들은 울산 시티병원과 21세기 좋은병원, 경주 동국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등 응급실에 이송돼 치료를 받으면서 기억하기 조차 싫은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지난 17일 오후 9시16분께 폭설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경북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조립식 체육관이 붕괴하는 사고로 1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아시아학과(단과대) 예비 신입생과 재학생 등 100여 명이 있었다.

18일 오전 8시 현재 사망자 시신은 울산 21세기 좋은병원(7구), 울산대학병원(1구), 경주 동국대병원(1구), 경주 중앙병원(1구) 등에 안치돼 있다.

약 40명의 부상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울산 북구 연암동 울산시티병원 응급실은 부상자의 신음과 학생들의 부모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며 오열하는 소리가 뒤엉켜 있다.

윤서화 학생은 "무대에서 응원단의 공연이 끝나자 천장에서 찌직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비명이 들렸다. 그 이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깨어보니 구조물에 깔렸었다"며 몸을 떨었다.

병원에서 만난 또다른 학생은 "10초도 안돼 건물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추위에 노출된 일부 학생들은 병원 응급실에서도 계속 몸을 떨었다. 사고 순간을 기억조차 하기 싫다며 일부 학생은 손을 내저었다. 허리 부상을 당한 학생은 일어서지 못했고, 천장이 무너지면서 머리에 부상을 당한 학생도 눈에 띄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은 부산 등에서 달려와 상태를 살폈다. 부상이 심한 학생의 부모들은 오열하면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 놀라움을 애써 감춘 학부모는 자녀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특히 체육관 내부 중간에 있었던 학생이 크게 다쳤다. 앞에서 뛰어오는 학생과 뒤에 있는 학생이 오가는 사이에 깔려서 특히 심한 부상을 당했다.

한 남학생은 "체육관 뒤쪽에 있었지만 출입구를 향해 뛰어가다 넘어져 친구들에게 깔렸다. 그때 선배가 나를 업고 나와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악몽의 순간이었다"고 침통해 했다.

사고가 나자 경주 인근의 구급차들이 현장으로 급파됐지만 리조트가 산간지역에 있고 폭설이 내려 접근이 어려워 접근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은 당초 경주의 다른 리조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네티즌들은 더욱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망자 10명 명단▼


◇울산 21세기좋은병원(7명)
고혜륜(19·여·아랍어과 신입생), 강혜승(19·여·아랍어과 신입생), 박주현(19·여·비즈니스일본어과), 김진솔(19·여·태국어과 재학생), 이성은(여·베트남어과), 윤채리(여), 김정훈(19)

◇ 울산대학병원(1명)
박소희(19·여·미얀마어과 신입생)

◇경주 동국대병원(1명)
양승호(19·미얀마어과 재학생)

◇경주중앙병원(1명)
최정운(43·이벤트사 직원)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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