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한민국 체제 전복 기도한 이석기 RO 중형 마땅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3시 00분


어제 수원지방법원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게 적용된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에게 징역 12년 및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하고, 나머지 피고인 6명에게도 징역 7∼4년, 자격정지 7∼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지난해 11월 첫 공판부터 이달 3일 결심을 포함해 46차례 공판을 열어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주며 내린 결론이다.

재판부는 내란음모죄 성립의 요건인 지휘 체계를 가진 내란 조직의 존재, 국헌(國憲) 문란의 목적, 한 지방의 평온을 저해할 정도의 폭동 위험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주체사상과 계급투쟁론에 입각한 혁명관에 기초하여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과 헌정 질서 파괴를 꾀했다”고 밝혔다.

자유민주 파괴 세력엔 관용 없어야

1987년 민주화 이후 검찰이 내란음모죄로 기소한 것도, 1심 판결이긴 하지만 사법부가 내란음모죄를 인정한 것도 이 의원이 처음이다. 그는 지하혁명조직 RO의 수장(首長)이면서 공개 정당인 통진당의 국회의원으로서 합법 비합법 투쟁을 이끈 조직의 실질적인 대표자였다. 재판부는 “RO는 철저한 보안수칙과 지휘통솔 체계를 갖춰 내란의 주체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에서는 작년 5월 10일과 12일 모임에서 국가 기간시설 파괴와 인명 살상 방안을 논의한 강연이 담긴 녹취파일을 증거로 인정하느냐가 핵심 관건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두 차례의 회합은 RO 조직원들의 회합으로 인정되며 제보자의 진술도 일관성과 구체성이 있다”며 검찰 손을 들어줬다. 또 재판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내에서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도 대한민국의 존립과 국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내용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보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 의원은 재판장이 국보법 유죄 인정에 이어 내란음모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하는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자 심각한 표정으로 얼굴이 굳어졌다고 한다.

오늘 헌법재판소는 이 의원이 소속된 통진당의 정당해산 심판에 대한 2차 변론을 갖는다. 내란음모가 유죄로 인정된 상황에서 헌재 심리과정에서 통진당의 연루 사실까지 확인되면 헌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의원의 정치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고 국회 진출까지 도운 노무현 정권과 민주당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 의원은 반국가단체인 민족민주혁명당의 핵심으로 활동하다 체포돼 2003년 3월 항소심에서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는데도 같은 해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데 이어 2005년 복권됐다. 사면 복권 과정의 전말을 지금이라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 의원이 2012년 총선에서 통진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 또한 비정상적이었다.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통진당 당권파는 그를 당선 가능한 순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당내 비례대표 경선에서 대규모 부정을 저질렀다. 이 의원은 RO 녹취록에서 자신의 지하조직원들에게 “국회를 혁명투쟁의 교두보로 삼고 동시다발적인 전쟁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그가 국회 진출을 노린 의도를 알 만하다. 이 의원의 국회 진출에는 숙주 노릇을 한 통진당의 책임이 크지만 총선에서 ‘묻지마 야권 연대’로 통진당을 키워준 민주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아무리 다급했더라도 집권 경험까지 있는 제1 야당이라면 노골적으로 종북 노선을 걸어온 정당과의 연대에는 신중을 기해야 했다.

여야는 징계 심사 조속한 착수를

이 의원은 부정 경선 당선과 내란음모 사건 주도로 각각 국회 윤리위원회에 자격심사와 징계가 회부되어 있다. 부정 경선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이미 내려진 상태다. 징계는 공직자의 경우를 준용한다면 검찰 기소만으로 가능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법치’ 운운하며 자격심사와 징계를 저지했다. 민주당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국민 상식에 반하고 시대 흐름과 동떨어진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여야는 이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와 징계심사에 착수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내란음모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게까지 계속 국회의원 대접을 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자유민주적인 기본질서를 해치는 국기 문란 사범과 단체에 대해서는 일반 정치사범과 달리 처벌을 더욱 엄하게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로 판결 받았는데도 강제 해산시킬 법적 근거가 없어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10개나 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에까지 관용을 베풀 수는 없다.
#이석기#내란음모#유죄#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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