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노려라”… 이집트 과격 테러단체 새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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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군-공공시설 타격서 탈피… 主수입원 관광산업 황폐화 노려
국방장관 시시 4월 집권 방해

이집트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이슬람 과격단체 ‘안사르 바이트 알마끄디스’는 시나이 반도에서 정부군과 주요 시설을 공격해 왔다. 지난해 9월 카이로에서 벌어진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장관 암살 시도와 10월 수에즈 운하와 연결된 항구도시의 군 정보부 청사 공격, 지난달 24일 발생한 경찰청사 폭탄 테러 등도 모두 이들의 소행이다. 특히 2005년 7월 이후 8년여 만에 관광객을 겨냥해 테러를 자행한 것은 상대적으로 공격이 쉬운 ‘소프트 타깃’을 노리는 것으로 전술을 전환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시시 견제 위한 테러…계속할 것”

이스라엘 유력 일간 하아레츠는 17일 이번 테러를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4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시시가 이집트를 안정시킬 것이라는 국민의 믿음을 흔들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집트에선 시시로 대표되는 군부가 이슬람 세력을 정치권에서 축출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지난해 7월 군부는 무슬림형제단의 지원을 받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했고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단체’로 규정해 주요 지도자들을 구속했다. 헌법 개정으로 군부 영향력을 확대해 이슬람 세력을 약화시켰다.

이 때문에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테러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알마끄디스도 “모든 국가는 시나이 반도에서 자국민을 대피시켜라”라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알마끄디스는 지난해 12월 다칼리야 주 만수라의 경찰본부 청사 폭탄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했고 지난달에는 이집트 군 헬기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벌여 군인 5명이 숨졌다. 또 이집트의 주요 산업인 가스 수출을 타격하기 위해 시나이 반도를 가로지르는 가스관 공격도 지속하고 있다.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들과의 연대 테러 가능성도 제기된다. 알마끄디스는 가자지구의 무장단체들과 연계돼 ‘하도급 테러’를 벌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슬람 전사들이 가자지구와 시나이 반도를 오가며 공격 모의 등을 해 이집트군은 15일 이스라엘과 접하는 라파에서 시나이 반도와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터널을 파괴하기도 했다.

○ 이집트 주요 수입원 관광업 타격 노린 듯

“모든 게 다 괜찮다고요!”

16일 오후 한국인 탑승 관광버스가 테러를 당한 곳 인근의 시나이힐튼 호텔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묻는 동아일보 기자의 전화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모든 것이 다 조용하고 예전대로다. 사고현장 다 수습됐다”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관광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번 폭탄 테러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공격 대상이 이집트군에서 만만한 관광객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문가와 외신들은 분석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집트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다시 본격화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짚었다.

보안전문가인 압델 라티프 알베다이니는 “이번 테러는 관광업을 위축시켜 이집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관광업은 외화 수입의 20%를 차지하는 효자 산업이다. 이집트가 정치적인 혼란에 빠지기 전까지 400만 명이 관광업에 종사했다. 2010년 관광수익으로 13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히샴 자주 이집트 관광장관은 “관광객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이번 관광객 테러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유덕영 firedy@donga.com·김정안 기자
#관광객#이집트 테러#안사르 바이트 알마끄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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