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中 유학생 불법중계 현장적발…KOVO 암행감찰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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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18일 07시 00분


흥국생명 류화석 감독은 넥타이를 바꿔보며 연패 탈출에 애를 썼지만 벤치에 앉아 침착함을 유지했던 11일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마침내 10연패를 끊었다. 선수들이 함께 모여 기뻐하는 모습.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흥국생명 류화석 감독은 넥타이를 바꿔보며 연패 탈출에 애를 썼지만 벤치에 앉아 침착함을 유지했던 11일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마침내 10연패를 끊었다. 선수들이 함께 모여 기뻐하는 모습.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기업은행-GS칼텍스 경기도중 불법현장 적발
휴대전화 문자중계 증거 채집 뒤 112에 신고

현대캐피탈-우리카드 신경전 레드카드까지
흥국생명 10연패 탈출…눈물맺힌 류화석감독


밋 밋하게 진행되던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1위 싸움이 러시앤캐시 LIG손해보험의 선전으로 뜨거워졌다. 선두 삼성화재(승점 51)가 2연패를 당했다. 2위 현대캐피탈(49)도 3승3패로 지친 기색이다. 승점 차는 2. 마지막 대결은 3월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다. 끝까지 리그 우승은 오리무중이다. 3위 우리카드(39), 4위 대한항공(38)의 플레이오프(PO) 티켓 싸움도 예상이 어렵다. 승점 차는 고작 1. 승점 3 이내까지 따라붙으면 3∼4위간 준PO를 한다. LIG(32)도 아직 포기하기 이르다. 여자부는 기업은행(승점 58)이 우승 매직넘버 계산에 들어갔다. 2위 GS칼텍스(42) 3위 인삼공사(37)도 안정권에 있다. 6점 차의 도로공사, 9점 차의 현대건설은 인삼공사보다 한 경기를 더 남겨둬 대역전을 꿈꾼다. 스포츠에는 항상 기적이 있다.

● 긴장하라 V리그-불법 스포츠도박 현장 적발되다

12일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벌어진 기업은행과 GS의 경기도중 불법 스포츠도박 현장이 적발됐다. 한국배구연맹(KOVO) 직원이 중국으로 현장을 중계하던 사람을 적발했다. 한국에 온 중국인 유학생으로 알려졌다. 경기는 보지 않고 남몰래 휴대전화로 경기 결과를 문자로 보내던 중이었다. 경호원을 대동하고 관중석으로 간 직원은 휴대전화로 증거를 채집한 뒤 불법중계를 확인하자 112로 신고했다. 파출소에 알릴 수도 있었으나 불법도박과 관련한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잘 모르거나 사안을 가볍게 여겨 훈방조치 하는 사례가 많아 112로 신고했다. 불법 스포츠도박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범죄라는 사실이 적힌 공문을 경찰에 보여주며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불법 스포츠도박에 관계되면 벌금 5000만 원 이하,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신고자는 포상금도 받는다. 300만원에서 1000만원이다. KOVO는 이번 사례를 매뉴얼로 만들어 각 구단에 보내줄 예정이다. 불법도박의 장본인들이 형기를 마치고 나오자 KOVO는 암행감찰을 강화하고 있다. 현장에서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우리카드-현대캐피탈의 지나친 신경전 누가 비신사적인 행동을 했나

12일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 경기 도중 양 팀 벤치가 얼굴을 붉히고 4세트 때 레드카드를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카드는 KOVO에 해명과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날 벌어진 일을 놓고 갑론을박 하는 가운데 양측은 전혀 다른 내용을 주장한다.

현대캐피탈 입장. “1차전 때부터 우리카드 양진웅 코치와 아가메즈 사이에 신경전이 있었다. 이번 일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경기감독관에게 이 문제를 몇 번 얘기 했는데 해결되지 않았다. 양 코치가 사인을 훔쳐보자 권영민이 훔쳐보지 말라고 해 언쟁이 벌어졌다. 강만수 감독이 우리 선수에게 직접 얘기해 문제가 커졌다. 코트 체인지 때 아가메즈가 흥분한 대상은 양 코치다. 윤봉우가 경기 도중 발이 높게 올라간 것은 블로킹 때 습관이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다. 문제가 없었으니까 주심 부심이 가만히 있었다. 주의도 없었다.”

우리카드 입장. “아가메즈가 우리 코칭스태프에게 욕하고 대들었다. 윤봉우가 블로킹 때 발을 의도적으로 높게 들어 강만수 감독이 부심에게 얘기했다. 옆에 있던 권영민이 손짓을 하며 대들었다. 윤봉우가 발을 집어넣었다. 신영석이 몇 번이나 넘어졌다. 발목이 돌아갈 뻔했다. 세상에 앞다리를 들고 하는 블로킹은 없다. 내가 지도했지만 봉우 성격상 혼자서 그럴 애가 아니다. 비신사적인 행위다. 선수끼리 서로 보호해야 하는데 주심 부심이 이를 방관해 문제가 커졌다.”

아무리 승리가 중요하다지만 신사의 스포츠를 자랑하던 배구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안타깝다. 냉정하게 서로를 돌아보고 양심의 소리를 들어라. 스스로 창피하면 잘못한 것이다.

KOVO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가혹한 징계를 줘야 한다. KOVO 행정이 그동안 문제가 된 것은 죄가 있어도 벌을 받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 넥타이로 못 깬 연패 앉아서 깨다

흥국생명이 11일 인천에서 현대건설을 3-0으로 이기고 10연패 수렁에서 벗어났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류화석 감독의 눈가에 얼핏 이슬이 비쳤다. 그만큼 연패기간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류 감독은 며느리가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경기에 나섰지만 효과가 없었고, 8일 생일을 맞아서는 선수들이 선물한 넥타이를 하고 인삼공사전에 나섰으나 또 졌다. 류 감독은 현대건설전 때 앉아서 선수들을 지휘했다. 승리 뒤 그 이유를 털어놓았다. “연패에 빠지자 선수들의 마음이 바쁘고 허둥대는 것 같았다. 감독이 먼저 침착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지더라도 앉아서 있겠다고 결심을 했다. 앉아 있으니 경기도 훨씬 잘 보였다.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현대건설의 양효진은 중요한 경기의 패배가 서러웠던지 울면서 코트를 떠났다. 이래저래 11일 경기는 현대건설, 흥국생명 모두에게 눈물의 경기가 됐다.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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