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황선홍 “포를란 영입한 오사카?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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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18일 07시 00분


막바지 훈련을 진행 중인 포항 황선홍 감독이 전남 고흥 앞바다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새 시즌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흥|남장현 기자
막바지 훈련을 진행 중인 포항 황선홍 감독이 전남 고흥 앞바다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새 시즌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흥|남장현 기자
■ 포항 스틸러스 감독 황선홍

공격 3인방 이탈에 용병 영입마저 불발
쇄국축구는 ‘현실’…선수들 되레 적극적

유일하게 우승 못한 챔스리그 욕심 있어
첫 상대 오사카…포를란 존재 동기부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포항 스틸러스의 지난 시즌은 완벽했다. FA컵에 이어 정규리그도 제패, 명실상부 국내 최고 프로 클럽이 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작년 12월 초 K리그 대상 시상식이 끝나고 딱 하루 더 즐거웠다. 포항 황선홍(46) 감독의 올해는 여전히 불편하다. 아니,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졌다. 여전히 국내파 선수들만으로 전열을 꾸려야하고, 그나마 있던 주축 자원들마저 이탈했다. 최소 한 명의 외국인 선수 영입을 예상했는데 이마저 불발됐다. 그래도 희망을 본다. 동계훈련은 만족스러웠다. 주전과 백업의 격차를 줄였고, 작년보다 업그레이드된 전략도 마련했다. 최근 동해안을 강타한 폭설로 편안한 클럽하우스 대신 전남 고흥에 여장을 풀고 막바지 손발 맞추기에 돌입했지만 분위기는 아주 좋다. 고흥 에서 황 감독과 ‘황 감독에게 OO이란?’ 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로(0) 톱이란?

“비장의 무기? 또 다른 축구다. 팀 구성원들이 소화하지 못했다면 작년 좋은 결실을 맺지 못했을 거다. 힘보다는 기술, 세밀함을 강조할 수 있었던 계기다. 과거의 한국 축구보다 테크닉을 많이 요구했다. 다만 단점은 있다. 훨씬 완벽해야 한다는 점? 짧은 시간 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작년 주로 가용한 원 톱은 현실상 어려워지긴 했다.”

-외국인 선수란?

“요즘 감독의 역량은 특정 색채를 가져가는 것보다는 계속 바뀌는 자원으로 새로운 색채를 내느냐에 맞춰졌다. 선수단이 두텁다면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겠지만 우린 다른 방향을 생각하게 됐다. 미드필더가 공격진에 비해 많아 ‘제로 톱’도 구사하게 됐다. 분명 외국인 선수가 없는 건 아프고 답답하고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가슴만 칠 수 없지 않겠는가. 오히려 선수들이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여기서 황 감독은 플랜B를 언급했다. 다만 기존 전략부터 확실히 다지겠다는 의지다. 전술을 바꾼 상황에 많은 걸 요구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는 “선수들의 머릿속이 복잡할 텐데 일단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잘해야 한다. 플랜B는 생각하고 있다. 단, 써야 할 때 준비해도 늦지 않다. 이는 우리의 기존 전술이니까”라고 했다.

-이적이란?

“(박)성호, (노)병준, (황)진성이의 역할은 정말 컸다. 이들은 작년 우리가 기록한 63골 중 20골을 해줬다. 어시스트까지 합치면 비중은 더 크다. 이는 6∼7승 올릴 수 있는 기록이다. 그런데 이미 결정은 났다.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앞으로 방향에 초점을 두고 싶다. 공격 3인방이 빠지며 생긴 30% 부족분을 채우는데 전념하고 있다.”

-쇄국축구란?

“공감한다. 우리 현실이다. 좋은 축구를 위해선 제반 여건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하는 게 맞다. 나도 감독이다. 구색은 어느 정도 갖춰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원하는 걸 모두 얻는 이가 몇이나 되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힘들지만 도전 정신으로 무장했다.”

-챔피언스리그란?

“유일하게 우승 못한 대회다. 욕심은 있다. 단, 아직 올인 여부는 결정 못했다. 예선 통과에 초점을 둔다. 월드컵 휴식기까지 16∼17경기를 치른다. 이게 변수다. 냉정해야 한다. 챔스리그 16강행과 정규리그 상위권을 유지해야 한다. 마음은 복잡하다.”

작년에도 올해도 황 감독은 ‘멀티플레이’를 요구한다. 나이 어리다고 비 주전 취급하지도 않고, 베테랑만 중요하지도 않는다. 얇은 선수층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 다양한 포지션 소화 능력이다. 전방위적 공격을 퍼붓는 ‘제로 톱’ 전략도 여기서 비롯됐다. 황 감독은 “탤런트 기질이 있는 선수들을 우린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했다. (부족한 지원이) 아프다고 해도 결국 우린 다시 축구를 해야 한다. 모두가 혼란스럽지만 냉정하고 차분히 할 몫을 하는 게 프로의 자세”라며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챔피언이란?

“언제든 가능한 일로 정의하겠다. 결과만 보고 쫓아가면 부담이 크지만 가능성은 모두에게 열린 셈이다. ‘디펜딩 챔피언’ 위치를 지키는 것도 좋지만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인원도 줄고, 연령도 젊어져 심리적인 안정이 필수다. 선수층이 두터운 2011년만 해도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긴 했다. 이젠 아니다. 프로 2∼3년차가 주전으로 뛴다.”

-중국·일본의 투자란?

“중국과 일본이 몸을 움츠렸다가 도약하는 건 분명하다. 우린 계속 주춤하고 있고. 포항뿐 아니라 K리그 전체의 문제다. 중국의 돈을, 일본의 시스템을 당장 앞설 수 있는 건 아니다. (챔스리그 첫 상대인) J리그 세레소 오사카가 디에고 포를란을 연봉 40억 원 들여 영입한 건 부럽지 않다. 다만 언제쯤 우리가 40억 원짜리를 데려오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그래도 포를란의 존재는 포항에 엄청난 동기부여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서운 건 없다. 언제 우리 수비수들이 포를란과 부딪히겠나. 한국 축구는 절대 형편없지 않다.”

고흥|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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