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한라 ‘백년대계’는 전기자전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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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단 문화 새롭게 바꾸자” 정몽원 회장, 신사업 강력 추진
2월말 네덜란드 공항에 입점… 4월엔 암스테르담 백화점 진출

만도풋루스
만도풋루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사진)의 첫 신사업인 전기자전거 매장이 이달 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 국제공항 면세점에 입점한다. 4월에는 암스테르담 고급 백화점 ‘비옌코르프’에 진출한다. 2012년 ‘만도풋루스’라는 브랜드로 전기자전거를 선보인 이후 해외 면세점과 백화점에 둥지를 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라그룹이 1995년 김치냉장고 ‘딤채’로 새로운 김장 문화를 만들었던 것처럼 전기자전거를 통해 이동수단에 새로운 문화를 심겠다는 포부다.

○ 정몽원의 신사업 전기자전거

한라그룹에서 자동차부품 재(再)제조 및 유통을 담당하는 계열사 한라마이스터는 이달 말 만도풋루스가 스히폴 국제공항 내 전자제품 편집매장인 ‘카피(CAPI)’에 입점한다고 17일 밝혔다. 카피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핀란드 헬싱키 반타 공항 등 10개 공항 면세점에 28개 전자제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 회장이 1997년 한라그룹 회장에 오른 뒤 처음 시작한 신사업이 해외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정주영 고 현대그룹 창업주의 바로 아래 동생인 정인영 고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2남이다.

만도는 2009년 지식경제부 국책과제로 자전거용 전자제어장치(ECU)와 발전기(알터네이터)를 개발했다. 이 제품들이 2010년 ‘서울 국제바이크쇼’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자 정 회장은 사업화를 추진했다.

정 회장은 “이동수단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만도풋루스는 다른 전기자전거와 달리 페달과 바퀴를 잇는 체인이 없어 바지에 기름때가 묻지 않는다. 일반적인 전기자전거는 움직이려면 페달을 반드시 밟아야 한다. 배터리는 힘을 더해주는 역할만 한다. 하지만 만도풋루스는 페달을 밟지 않아도 배터리의 힘만으로 자전거가 움직인다. 페달을 밟으면 충전이 돼 배터리만으로 갈 수 있는 주행시간이 늘어난다. 영국 유명 디자이너 마크 샌더슨이 디자인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국내 다른 전기자전거가 약 150만∼200만 원대인 것에 비해 만도풋루스는 447만 원이다. 하반기(7∼12월) 가격을 소폭 낮춘 두 번째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며 올해 판매 목표는 3만 대다.

○ “51년 기업, 100년 준비해야”

정 회장은 신사업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지난해 10월 한라그룹 51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51년을 넘어 다가올 50년, 10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한 신성장동력 구축이 필요하다”며 “일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어려운 시기를 버텨낸 한라그룹엔 부활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1997년 만도기계가 부도를 맞으면서 2000년 자동차부품 사업(현 만도)을 JP모건에, 김치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사업(현 위니아만도)을 UBS캐피털에 매각했다. 2008년 만도를 되찾아오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만도는 올해 중국과 중동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라는 주택사업 비중을 2008년 70%대에서 지난해 말 41%로 줄이는 등 사업구조를 개선해 올해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정몽원#전기자전거#암스테르담#네덜란드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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