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다 보인다, 검은머리 외국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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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탈세 추징… 작년 1조 돌파

지난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가 국세청에 적발된 역외(域外)탈세 추징 세액이 1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2009년 ‘역외탈세와의 전쟁’에 나선 지 4년 만이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유례없는 세수 구멍이 생기면서 국세청은 올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과세당국의 감시가 더욱 강화돼 올해 추징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1조 원 넘은 역외탈세 추징액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 혐의자 211명을 조사해 1조789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2012년 역외탈세 추징 세액보다 30.6%(2531억 원) 늘어난 것이다.

역외탈세로 추징된 세금 규모는 국세청이 2009년 전담조직인 ‘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를 만든 뒤 크게 늘었다가 다소 주춤해지는 추세였다. 2009년 1801억 원에 불과했던 역외탈세 추징 세액은 이듬해인 2010년 5019억 원, 2011년 9637억 원으로 불어났다가 2012년 8258억 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처음 1조 원을 넘어서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역외탈세 추징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조세회피처를 활용한 탈세에 대해 각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국가 간 협조를 통해 역외탈세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영향이 크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해 6월 미국, 영국, 호주 세무당국과 공조를 통해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꼽히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케이맨 제도의 페이퍼컴퍼니 관련 자료를 입수해 조사를 벌였다. 용량이 400GB(기가바이트)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국세청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405명의 한국인 명단을 확보했으며 이 중 61명에 대해 지난해 1351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원정희 국세청 조사국장은 “지난해 세금을 추징한 61명 외에 명단을 확보한 나머지 344명에 대해서도 신원 파악을 모두 끝냈다”며 “이들도 탈루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 대형화 지능화되는 역외탈세

역외탈세에 대한 적발이 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역외탈세 규모를 고려할 때 아직 ‘빙산의 일각’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자본의 세계화로 돈의 국가 간 이동이 쉬워지면서 조세피난처로 흘러들어 가는 자금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2년 국내 기업 또는 개인과 조세피난처 간의 외환거래 규모는 3468억 달러(약 368조 원)로 2009년 1844억 달러의 2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역외탈세 수법 역시 갈수록 교묘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세청이 적발한 역외탈세는 선박, 해운 등 역외탈세의 집중 감시 대상이 됐던 업종뿐만 아니라 도매업, 제조업 등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어렵게 역외탈세 혐의를 적발하더라도 탈루한 세금을 걷어 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2009∼2012년 국세청이 역외탈세로 추징한 세금 2조4715억 원 중 실제 징수에 성공한 세금은 1조3779억 원으로 징수율은 55.8% 수준에 그쳤다. 적발된 역외탈세는 대부분 소송으로 이어지는데 조세피난처 등 해외에서 이뤄진 거래다 보니 증거 수집이 쉽지 않아 판결에서 뒤집히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징수율이 75% 수준으로 높아지는 등 점차 개선되고 있다”면서 “국제 공조와 부처 간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올해에도 역외탈세 적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역외탈세#추징액#국세청#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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