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기술·품질·근성이 힘… 우린 불황이 무섭지 않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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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관리와 원천기술, 열정으로 승부하는 중소기업들
‘이젠 우물 밖으로’… 해외시장 개척에도 앞장


피 말리는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목숨을 거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그만큼 어렵고 힘들고 고된 과정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불황에 자금난, 채용난까지 겹치면서 기업 실적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데, 경기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급기야 기업들이 속속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이런 불황기에 오히려 더 높이 평가받는 강소기업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 흐름과 무관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내는 기업들이다.

불황을 극복한 기업들은 원천기술과 깐깐한 품질관리,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25년간 금형 선진화에 앞장서온 형일기술은 일본 굴지의 자동차회사인 도요타에 자동차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도요타는 일본 자동차산업의 자존심이라고 할 정도로 부품 수입에 보수적인 업체로, 엄격하고 까다로운 품질검사로 유명하다. 형일기술은 열정과 끈기로 도요타가 원하는 수준까지 품질과 기술을 끌어올렸고, 결국 부품 전수검사를 비롯한 최종 납품 테스트를 통과했다. 도어 손잡이로 첫 주문을 받은 이 회사는 이후 범퍼와 사이드미러까지 납품하면서 오랜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끊임없이 신시장을 노크하고 계속 찾아가는 끈기를 보여 계약을 성사시켰다.

안·광학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유니코스㈜는 해외시장을 꿰뚫는 안목과 기술투자로 승부수를 던졌다. 거대한 경쟁자가 버티는 세계 시장에서 어지간한 제품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김기창 대표는 다양한 신제품 개발을 대안으로 삼았다. 자동검안기 등 안·광학기기의 늘어나는 해외 수요를 간파하고 하이테크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독일 등 해외 60개국에 안·광학기기를 수출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의 매출 성과를 올렸다. 2020년까지 안광학기기 ‘글로벌 톱 5’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한계 중소기업과 성장하는 혁신 중소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장기간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다. 넥타이 제조분야에서 35년의 전통을 가진 ㈜지엠아이는 오랜 기술투자로 셔츠까지 사업 보폭을 넓히며 한국판 명품의 태동을 알리고 있다. 이 회사의 ‘밴브루’는 내수가 얼어붙었다는 요즘,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쇼핑하는 셔츠 브랜드가 됐다.

투자에 대한 근성(기업가 정신)이 있더라도 원천기술이 없으면 수출할 수 없다. 해외진출 성공은 자기만의 고유모델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이 두 가지가 결합돼 수출하는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고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 있는 ㈜경동냉열산업은 고효율 냉동·냉열기기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수입의존도가 높았던 유니트 쿨러의 국산화를 주도하고 지속적인 해외수출로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일본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러시아 등에 제품을 수출한다. DSK엔지니어링㈜도 플랜트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EPC(설계·구매·시공) 분야에서 독점적 원천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소수력발전과 열병합발전, 바이오가스 분야에서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불황일수록 경쟁력이 강한 기업과 약한 기업은 차이가 난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돈 버는 기업과 돈을 못 버는 기업의 차이는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과 품질을 확보했느냐 못 했느냐의 차이였다. 냉혹한 시장은 기술과 품질을 확보한 기업의 천국, 기술·품질 확보를 못한 기업의 무덤이다.

불황에 강한 중소기업들. 가진 것이라곤 열정과 근성뿐이었던 경영인들이 일군 성과다. 지금은 어엿한 중소·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다. 불황에 웃는 강소기업인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외길인생, 자수성가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 그들의 꿈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한줌의 게으름도 허용하지 않는다. 반도체 소재 업체인 ㈜익스톨의 허욱환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백 마디 말보다 행동하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다. 훗날 후손이 내게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뛰고 또 뛰었노라고 답하리라.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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