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준비되면 이루어진다고? 도전이 도전을 낳는다!…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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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타이드 인스티튜트 대표가 말하는 ‘도전정신’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타이드 인스티튜트에서 만난 고산 대표는 청소년들에게는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학부모들에게는 “자녀의 꿈을 규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타이드 인스티튜트에서 만난 고산 대표는 청소년들에게는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학부모들에게는 “자녀의 꿈을 규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 “꿈은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요?”

고산(39) 창업지원 비영리법인 타이드 인스티튜트(TIDE Institute) 대표는 어릴 적 꿈이 뭐였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꿈을 만들어간다’는 이 한마디에는 그가 살아온 삶의 과정이 녹아있다.

고 대표는 2007년 한국 최초 우주인 선발과정에서 전체 지원자 3만2000여 명 중 최종후보 2인에 선정됐다. 이듬해 3월 다른 후보였던 이소연 씨와 교체돼 ‘미완의 우주인’으로 남았다. 그는 다시 도전했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과학기술정책 공부를 하기 위해 홀연 미국으로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청년들에게 창업을 지원해주는 타이드 인스티튜트의 대표이자 3D프린터 사업가(크리에이터블 랩스·Creatable Labs 대표)로 다시 한 번 변신했다.

우주인 선발과정에 지원한 것도, 미국 유학을 떠난 것도, 창업운동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것도 고 씨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요즘 학생들이 도전정신을 잃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고 씨의 도전정신은 교육계에 큰 울림을 준다.

그의 끊임없는 도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최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있는 타이드 인스티튜트 사무실에서 고 대표를 만났다. 》

무엇이 될까 고민말고 어떤 것을 할지 고민해야

고 대표는 평소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의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사람이 자라듯이 꿈도 자란다’고 믿는 고 대표는 처음부터 ‘무엇이 되겠다’는 한계를 스스로 정해놓지 않았다. 한 가지 진로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는 데 필요한 조각, 이른바 ‘스펙’을 모으는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길 끝에 뭐가 있는지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길을 걸어가다 보면 길 끝이 보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서울 한영외고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1995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했다. 한 학기가 지난 뒤 자연과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입 시험을 다시 봤다.

이듬해 서울대 자연과학부에 재입학했다. 생물학, 물리학, 수학 등의 학문을 접했다. 대학 4학년 때 사람의 사고 과정과 의식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해 서울대 인지과학 협동과정 대학원에 진학했다. 자신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열어 놓고 끊임없이 새롭게 공부할 것을 찾았다.

학문 외적으로도 다양한 도전을 했다. 대학 때 한 달 동안 중앙아시아 파미르 고원으로 등반을 떠난 도전, 2004년 신인 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에 참가해 동메달을 획득했던 경험 등. 고 대표는 이러한 도전과 경험들이 2006년 과학기술부의 우주비행사 선발 공고에 지원하고 우주인에 도전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고 믿는다.

고 대표는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무엇이 되라’고 말하기보다 자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며 “자녀가 ‘질병에 걸려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단순히 자녀의 진로를 ‘의사’로 정해줄 필요는 없다. 생물학, 의학, 사회복지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에 도전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전 자체에서 찾는 의미… 또 다른 도전의 원동력


궁금하다. 이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해내고, 지금도 지치지고 않고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을까. 도전이 실패로 돌아가면,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망스럽지 않을까.

고 대표는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도전 자체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며 “도전했던 경험이 또 다른 도전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전할 준비가 되어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부딪치다 보면 거기에서 새로운 힘이 나온다는 것.

고 대표가 처음 우주비행사 선발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을 결정했을 무렵. 모집에 수백만 명이 지원할 줄 알았던 고 대표의 예상과는 달리 3만 명 정도가 지원했다.

“많은 사람들은 도전할 때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우주비행사 최종 후보가 반드시 돼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도전하는 것 자체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지원했었죠.”(고 대표)

결과적으로는 ‘미완의 우주인’으로 남게 됐지만 그는 처음 가졌던 생각대로 도전 자체에서 의미를 찾았다. 예비 우주인으로 러시아에서 교육받으면서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이 좀 더 견고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고민들을 안고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유학길에 올랐다. 실패했지만 자신이 갖고 있던 우주인 이미지가 창업 지원 운동을 하는 데 힘이 될 수 있었고, 창업지원을 하면서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은 고 대표가 3D프린터 사업을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줬다.

“한계를 정하지 않고 도전하다보면 도전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3D프린터 사업을 할 때도 제가 우주인에 도전하면서 얼굴이 알려졌기 때문에 믿고 도와주신 분들이 많아요. 과거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길이지만 이전 도전들이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고 대표)

도전하기 전에는 치열하게 고민하라


거침없는 도전을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 고 대표가 하버드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2010년. 당시 튀니지에서 시작돼 중동지역으로 번졌던 민주화 운동인 ‘재스민 혁명’에 관해 강의하던 하버드대 교수들은 민주화 운동과 경제성장의 좋은 사례로 한국을 들었다.

고 대표는 하버드대 교수들이 한국의 모범적인 사례들을 언급하는 데 그것들에 현재 세대가 기여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 세대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리고 창업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유학생활 중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 밸리 내 싱귤래리티대에서 진행됐던 10주간의 창업진흥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은 창업운동을 하기로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해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이 나오면 기후변화와 같은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다양한 창업계획안이 창업진흥프로그램에서 발표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 대표는 유망한 분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판 싱귤래리티대 창업진흥프로그램을 만들어 청년들에게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창업지원 비영리 법인 타이드 인스티튜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사람들이 도전을 꺼리는 이유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입니다.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안다면 도전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겠죠. 부모들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명확한 미래를 정해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하는 걸 막아선 안 됩니다. 규정하지 않으면 생각지도 못한 길이 열립니다. 한 걸음 더 나가면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국어 영어 수학 성적을 보고 자녀의 미래를 어떻게 알까요. 세상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고 대표)

글·사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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