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통해 확보한 출입경 기록 中확인 받아 제출… 위조 단정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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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공무원 간첩 사건 논란 해명

간첩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유모 씨(34)의 항소심 공판에 제출된 북한 출입경 기록이 위조됐다고 중국 정부가 회신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16일 검찰은 해당 문서를 취재진에게 공개하면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확보한 문건을 중국 공안당국의 확인을 받아 법원에 제출했다”며 “현 단계에서 위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 2006년 6월 입북 기록 조작 논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핵심 쟁점은 유 씨가 2006년 5월 어머니 장례식 이후 북한으로 다시 들어가 대남공작 지령을 받았는지 여부다. 화교 출신인 유 씨는 서울시와 탈북자 관련 단체에서 일하며 얻은 탈북자 200여 명의 신상정보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지난해 2월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항소심에서 국정원이 중국 허룽(和龍) 시 공안국 관인과 공증처 관인까지 찍힌 유 씨의 출입경 기록을 검찰에 건넸고, 검찰은 이를 새로운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여기에는 유 씨가 장례가 끝난 직후인 2006년 5월 27일 오전 11시 북한으로 다시 돌아갔다가 6월 10일 중국으로 나온 것으로 돼 있어 검찰의 기소 내용을 뒷받침한다. 검찰은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을 통해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다는 공문을 받아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 씨의 변호를 맡아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측은 14일에 이어 16일에도 검찰이나 국정원이 조작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민변 측이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공안국으로부터 받은 출입경 기록에 따르면 유 씨는 2006년 5월 23일 장례를 치르러 북한에 들어간 뒤 27일 오전 10시경 중국으로 나오고(출경-입경), 5월 27일과 6월 10일 두 차례 중국으로 나온 것(입경-입경)으로만 돼 있다. 민변 측은 삼합변방검사참(세관)으로부터 “뒤에 입국만 두 차례 기재된 기록은 컴퓨터 시스템상 오류로 인한 것”이라는 정황설명서를 발급받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유 씨가 장례식 이후 북한에 다시 가서 지령을 받았다는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 국정원은 “민변 측 출입경 기록은 유 씨가 3번 연속 입경한 것으로 돼 있는데 5월 27일 11시 입경 기록은 출경의 오기로 보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 중국과 ‘외교 마찰’ 비화 가능성


양측 문서의 진위를 놓고 공방이 계속되자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는 주한 중국대사관에 사실조회 신청을 했고, 이에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는 14일 “변호인 측 자료는 사실이며 검찰이 제출한 서류는 위조”라고 회신했다. 이에 대해 그동안 국정원의 중국 내 정보수집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겨온 중국 측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대사관의 회신 내용을 보고받은 김진태 검찰총장은 16일 “이번 사안이 검찰의 신뢰와 직결된다고 보고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위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외교 마찰을 우려해 중국 측과 협조해 진위를 규명해 나가기로 했지만 내부적으론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국정원#공무원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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