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송환 중국군 유해, 항미원조열사 능원에 안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한-중 실무단 인수절차 등 합의

한국이 중국에 송환하는 중국군 유해 425구가 중국 동북지역의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돕는다는 뜻으로 중국에서 6·25전쟁을 가리키는 표현)열사 능원(陵園)에 매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유해 송환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 때 처음 제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안장되는 묘지 이름에 미국을 적대시하는 냉전적 색채의 구절이 포함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6·25전쟁의 성격 논란, 유가족 반발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우려를 반영해 묘역 조성에 신경 쓰겠다는 뜻을 한국 측에 밝혔다.

16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 실무진은 지난달 2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관련 협의를 갖고 유해 송환 및 인수 절차와 시기 등 세부사항에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측은 한국에서 인수받은 중국군 유해를 동북지역 항미원조열사 능원에 안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 내 6·25전쟁 전사자 전문 묘역은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과 단둥(丹東), 후베이(湖北) 성 츠비(赤壁) 등 3곳에 조성돼 있다. 중국 측이 동북지역이라고 밝힌 만큼 이번에 송환되는 중국군 유해는 선양 또는 단둥에 묻힐 것으로 보인다. 선양과 단둥의 6·25전쟁 전사자 묘역에는 모두 ‘항미원조’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매장지 결정은 중국 측 소관사항이나 ‘항미원조’라는 명칭으로 한국 내 거부감과 반발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또 이들 능원은 “미국이 한반도를 침략해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인민지원군(중국군)을 보내 승리했다”는 중국의 일방적 주장을 선전하는 곳인 만큼 양국 간에 예상치 못한 역사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측은 “항미원조 전쟁 참가자가 주로 이 지역 출신이고 항미원조열사 능원은 이들을 위해 특별히 조성된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능원 안에 이번에 귀환하는 열사들을 위한 별도의 묘역을 조성해 한국의 우의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조형물을 꾸미고 설명문도 붙이겠다”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향후 한국에서 추가로 발굴되는 중국군 유해도 계속 인수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유해 송환 및 인수 시기를 3월 27일∼4월 4일 사이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조상의 묘를 돌보는 풍습이 있는 청명절(淸明節·올해 4월 5일) 이전에 유해를 인수하기를 희망했다. 한국 측은 천안함 폭침사건 발생 4주년(3월 26일) 이후에 송환할 것을 희망했다고 한다. 양국은 향후 날씨 등을 고려해 날짜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송환 및 인수식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양국 군의장대의 의식 아래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 직전 중국군 유해 봉송단이 전용기를 타고 한국에 입국한다.

60여 년 만의 중국군 유해 귀환은 중국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해 귀환은 1949년 중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이며 특히 공개적 귀환은 최초에 가깝다. 중국은 6·25전쟁에서 전사해 북한에 묻힌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마오안잉(毛安英) 사례에서 보듯 해외에서 숨진 중국군 유해를 거의 국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중국에 묻힌 6·25전쟁 전사자 유해는 모두 합쳐 1000구 안팎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유해 귀환은 중국에서 상당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주요 관영 언론들이 지난해 유해 송환과 관련해 한국 측의 우의에 감사하는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며 “실제로 유해가 돌아오면 더욱 여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중 간에도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장롄구이(張璉괴) 교수가 지난해 말 관영 환추(環球)시보에 ‘북한이 대부분의 인민지원군 묘지를 방치하고 있다’고 기고하자 지난달 하순 주중 북한대사관 문성혁 공보참사관이 같은 신문에 모함이라면서 반박 기고문을 낼 정도였다. 북한 내 중국군 묘지는 북-중 혈맹을 상징해 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물론이고 저우언라이(周恩來) 원자바오(溫家寶) 전 중국 총리가 참배했다.

한편 현재 해외에 묻힌 중국군 유해는 모두 11만5217구로 추정되며 99%가 한반도에 묻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6·25전쟁#중국군 유해#항미원조열사 능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