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속 ‘위기의 가족’… 현실이라면 어떤 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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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전쟁’ 전문가 자문단 조언 구해보니

16일 막을 내린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은 시청률은 높았지만 막장 논란이 뜨거웠다. 최근 위기의 가족 관계를 그렸던 드라마들. 위쪽 위부터 KBS ‘왕가네 식구들’, SBS ‘따뜻한 말 한마디’, MBC ‘사랑해서 남주나’. 각 방송사 제공
16일 막을 내린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은 시청률은 높았지만 막장 논란이 뜨거웠다. 최근 위기의 가족 관계를 그렸던 드라마들. 위쪽 위부터 KBS ‘왕가네 식구들’, SBS ‘따뜻한 말 한마디’, MBC ‘사랑해서 남주나’. 각 방송사 제공
《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이 16일 막을 내렸다. 방영 내내 시청률 1위를 고수했던 ‘왕가네…’는 높은 인기만큼 막장 논란도 뜨거웠다. 온라인상에서는 등장인물의 극단적인 성격에 대해 “실제라면 전문가 치료가 절실하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현실이라면 어떨까. 문제 많은 ‘왕가네 식구들’을 비롯해 배우자의 정신적 불륜으로 위기에 처한 SBS ‘따뜻한 말 한마디’의 부부, 부모의 황혼재혼을 앞두고 갈등하는 MBC ‘사랑해서 남주나’의 자식 등 인기 드라마 속 ‘위기의 가족’을 뽑아 KBS ‘사랑과 전쟁’의 전문가 자문단에 조언을 구했다. 이 가족들, 어떻게 보셨습니까. 》

● 왕수박과 고민중의 갈등, 초기에 진압했어야

KBS ‘왕가네 식구들’

“가족 구성원 모두 상처가 있다. 이앙금(김해숙)은 효자 남편과 시집살이로 인한 상처를 자식에게 왜곡된 방식으로 해소했다. 특히 상처가 많은 인물은 둘째 왕호박(이태란)이다. 그가 악착같이 사는 것도 가족에게 인정받기 위한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극에서 왕호박은 유산을 계기로 이앙금과 화해하지만 30년 묵은 감정을 해소하기엔 미흡하다고 본다.

가족 상담소를 찾는 남성들 중엔 큰 사위 고민중(조성하) 같은 캐릭터가 많다. 피해자처럼 보이지만 문제를 자초한 부분이 크다. 그는 참기만 할 뿐 갈등을 직면하는 걸 피했다. 아내 왕수박(오현경)이 문제 행동을 보였던 건 오래된 일이다. 갈등을 초기에 진압했다면 이 드라마의 막장 논란 역시 상당 부분 사라졌을 것이다. 향후에도 고민중의 무기력한 태도는 개선이 절실하다. 현재 성격이라면, 앞으로도 자식을 볼모로 왕수박에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가족상담전문가 김숙기)
● ‘마마보이’ 유재학 불륜은 병적인 독립현상

SBS ‘따뜻한 말 한마디’

“나은진(한혜진)의 불륜은 과거 남편 김성수(이상우)의 불륜에 대한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김성수도 최근 아내의 외도 문제를 덮은 듯 보이지만 이 태도가 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아내가 산후우울증을 겪었을 때 외도했던 경력이나 평소의 마초적 특성으로 미뤄보아 김성수는 자기애적 성향이 강하다. 이런 성격은 관계에 대한 반성과 자기 이해가 없다면 추후 반복적으로 아내의 외도에 대해 분노할 가능성이 높다.

유재학(지진희) 송미경(김지수) 부부는 성장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유재학은 어머니로부터 정서적 독립이 안 된 ‘마마보이’다. 그에게 헌신적인 아내는 또 다른 어머니다. 이 때문에 아내와 너무 다른 나은진과의 불륜은 병적인 독립현상으로서 해석할 수 있다. 또 외도한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있는 송미경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떼어놓고 남편의 불륜을 바라봐야 한다. 이혼이 최선 같진 않다. 송미경은 자신이 겪은 상처를 자식들에게 물려준다는 생각에 더 강박적인 성격으로 변할 수 있다.”(부부치료전문가 의학박사 강동우·백혜경)

“나은진 유재학이 플라토닉한 관계였고 현재 헤어졌더라도 배우자로서 유책사유다. 송미경은 남편과 나은진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재산분할도 재산 기여도에 따라 30∼50% 정도 가능하다.”(이혼전문변호사 이명숙)
● 법적 배우자만 상속권… 사실혼 증명 불필요

MBC ‘사랑해서 남주나’


“정현수(박근형)의 자식들처럼 재혼하는 아버지의 혼인신고를 반대하는 건 실제 흔하다. 극 중 사실혼 계약서 얘기도 나오는데 만약 사실혼 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거라면 유산문제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법적 배우자만 재산상속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배우자는 1.5, 자식은 1의 비율로 상속받는다. 정현수의 자식이 셋이므로 그 유산은 1.5(배우자) 대 3(자식들)의 비율로 상속받을 수 있다.”(이혼전문변호사 이명숙)

“정현수 가족은 5년 전 세상을 뜬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충분히 추스르지 못한 듯 보인다. 게다가 정현수가 과거 외도로 아들 재민(이상엽)을 데려온 적이 있기 때문에 두 딸은 그때 상처가 재현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결정권은 전적으로 결혼 당사자에게 있다. 자식이 성인이라면 부모의 재혼은 동의를 구할 문제가 아니라 양해를 구할 문제다.”(가족상담전문가 김숙기)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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