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우주]‘AI, 사람감염’ 청정국 평가받는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1월 중순 시작된 H5N8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이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 관련 농가와 산업에 미치는 피해는 막대하다. 닭, 오리 고기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AI 방역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런 경제적 피해만이 문제가 아니다. 인체 감염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민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인체 감염의 가능성엔 바이러스 감염 경험, 인체의 방어면역, 감염예방 조치 및 질병 통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으며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된다. H5N8의 경우 이 모든 점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인체 감염의 가능성은 지극히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2003년 이후 국내 닭과 오리에서 AI는 5차례 유행했다. 이전까지 4차례는 모두 원인바이러스가 H5N1이었다. 이번에는 H5N8이라는 것이 다르다. H5N1은 10여 년간 동남아시아, 중국, 이집트 등 15개국에서 650여 명의 인체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그 때문에 질병이 급속하게 확산돼 치명적인 결과가 예상되는 ‘대유행(Pandemic)’의 후보로 여겨지기도 했다.

대유행일 때는 질병이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조짐이 없다. 국내에서는 H5N1 유행 기간에도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소수의 ‘무증상 감염자’는 발견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바이러스 노출 병력, 급성호흡기증상, 실험실 검사 양성 등 3가지를 갖출 때 환자로 인정한다. 증상이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는 환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동남아와 중국에서는 왜 H5N1 인체 감염이 자주 일어날까. 그 원인은 감염원이 되는 닭과 오리를 키우는 환경이 다른 데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1960, 70년대 우리나라 농촌처럼 아직도 닭, 오리를 집 주변에 풀어 키운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AI에 오염된 분변이나 분비물에 자주, 밀접하게 노출되어 감염자가 많은 것이다. 2013년 중국에서 시작돼 최근까지 300여 명의 감염자를 발생시킨 또 다른 AI 바이러스인 H7N9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재래시장에서 살아 있는 닭과 오리를 직접 사서 집에서 조리하는 과정에서 감염됐다.

우리는 대부분 가금류를 폐쇄형 농장에 가두어 사육한다. 고기는 위생적으로 가공 판매한다. 그 때문에 일반인이 감염 위험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다. 또한 AI 유행 시 도살 처분에 참여하는 방역요원은 전신을 가리는 방역복을 입고, 항바이러스제를 예방적으로 복용하며, 계절백신을 접종받는 등 충분한 예방조치를 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AI 유행을 매번 종식시킨 ‘청정국’의 지위에 올라 있다. 이미 AI가 풍토병으로 자리 잡은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할 바가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유행 중인 AI의 원인바이러스인 H5N8이 중국 오리에게서 발견된 적은 있지만 인체 감염 사례가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H5N8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인체 감염 및 항바이러스제 내성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국내에서 H5N8 AI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금은 AI 유행을 빨리 통제하고 종식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위해서 닭, 오리 고기 소비를 촉진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매년 겨울 시베리아에서 남하하는 철새의 주요 이동경로에 위치하고 있다. 서남 지역에는 가금농장이 밀집해 있다. AI 풍토병 지역인 중국이 가까이 위치해 있다. AI 유행의 고위험 지역이란 얘기다. 정부 당국은 이번 H5N8 유행이 국내의 마지막 AI 유행이 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협력도 필요하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