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문지영 “제 피아노 선율에 희망 담아 어려운 이들 보듬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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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수석 입학 기초생활수급 가정 문지영씨

“피아노를 칠 때가 제일 행복해요.”

유망 피아니스트 문지영 씨(19·사진)에게 피아노는 인생의 희망이었다. 그는 불우한 가정형편을 딛고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대학에 수석 입학해 학비를 전액 면제받게 됐다.

문 씨의 가족은 아버지(54)가 장애 때문에 경제활동을 못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 엄마 이복례 씨(51)는 “어려운 집안 형편상 학원을 다닐 처지도 못 됐다. 하지만 딸이 너무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문 씨는 다섯 살 때 피아노를 처음 접했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각종 피아노 대회에서 입상했다. 중학교 2학년 때 한 대회에 출전해 우승했다. 당시 1등 혜택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교수에게 레슨을 5개월간 받는 거였다. 그 후 둘은 스승과 제자로 지금까지 인연을 잇고 있다.

문 씨는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진학을 포기한 채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쳤다. 서울에서 레슨을 받기 위해 고향인 전남 여수에서 서울까지 오가는 차비 등은 각종 대회에 입상한 상금으로 해결했다. 2012년 독일 에틀링겐 청소년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1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루에 6∼10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한 결과였다.

문 씨의 어려운 사연을 접한 각계의 후원도 이어지고 있다. 부영주택은 2013년 11월 그에게 연습공간으로 서울의 한 빌라를 제공했다. 여수의 한 교회는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문 씨는 “나처럼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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