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0.003초 늦어서… 머리 쥐어뜯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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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남자 1500m 3.3cm 차로 금-은 갈려
100분의 1초까지 따지는 스키는 공동 1위

금빛과 은빛의 차이는 1000분의 3초에 불과했다.

15일(현지 시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마지막 20번째 조에서 뛴 네덜란드의 쿤 페르베이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관중석은 술렁거렸다. 전광판에 그의 기록이 1분45초로 새겨져 17조로 먼저 레이스를 마친 즈비그니에프 브로드카(폴란드·사진)와 똑같이 공동 1위로 표시됐기 때문. 잠시 후 사진 판독 결과 브로드카가 0.003초 빨랐던 것으로 결정된 순간 페르베이는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안타까워했다.

직업이 소방관으로 쇼트트랙에서 전업한 브로드카는 “미안하긴 해도 이게 바로 스포츠다. 올림픽 챔피언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페르베이는 “은메달은 패배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다”며 아쉬워했다.

이 종목 출전 선수의 평균 시속은 40km 정도.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27위였던 브로드카는 페르베이보다 3.3cm가량 먼저 골인해 ‘깜짝 금메달’을 딴 셈이다. 두 선수의 기록 차이는 1960년 올림픽 이후 가장 적었다. 이번 대회 5000m, 1000m, 500m 금메달을 휩쓴 네덜란드 빙속은 예상치 못한 복병에 막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페르베이가 만약 스키 종목에서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공동 금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 대회 여자 알파인 스키 활강에서는 티나 마제(슬로베니아)와 도미니크 기진(스위스)이 나란히 1분45초57을 기록한 뒤 100분의 1초까지 기록이 같아 공동 금메달을 수상했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은 1000분의 1초까지 계시한다.

이 종목에서 올림픽 2회 연속 은메달을 딴 ‘흑색 탄환’ 샤니 데이비스(미국)는 새 유니폼이 불편하다며 예전에 입던 옷으로 바꿔 입고 출전했지만 1분45초98로 11위에 그쳐 이번 대회 개인 종목 노메달에 허덕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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