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오서의 새 남자, 日피겨 새 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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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하뉴 싱글 정상에 열도 흥분… 대지진땐 스케이트 신고 대피도
동메달 딴 카자흐스탄 데니스 텐, 항일의병장 민긍호선생 고손자

일본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딴 하뉴 유즈루가 15일(한국 시간)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소치=GettyImages 멀티비츠
일본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딴 하뉴 유즈루가 15일(한국 시간)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소치=GettyImages 멀티비츠
일본 피겨스케이팅은 2010년 밴쿠버 대회까지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금 1, 은 2, 동메달 1개를 땄다. 이번 소치 겨울올림픽에서는 처음 정식종목이 된 단체전에 출전했고 여자 싱글에서는 아사다 마오(24)를 포함해 3명이나 대기하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24)에게만 의지하는 한국보다 선수층이 훨씬 두껍다. 1989년 이토 미도리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이후 저변 확대를 위해 아이스링크를 크게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한 덕분이다. 1996년 토리노에서는 아라카와 시즈카(34)가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런 일본이 아시아 최초의 남자 피겨 금메달리스트까지 배출했다. 하뉴 유즈루(20)가 15일(한국 시간) 싱글에서 합계 280.09점을 얻어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한 우승후보 패트릭 챈(캐나다·275.62점)을 제치고 일본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것이다. 1994년 12월 7일에 태어난 하뉴는 만 19세 61일 만에 금메달을 따 1948년 생모리츠 대회 딕 버튼(미국·18세 202일)에 이어 이 종목 두 번째 최연소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2010∼2011시즌 시니어무대에 데뷔한 하뉴는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챈을 제치고 첫 우승을 차지하며 소치에서의 이변을 예고했다.

하뉴가 금메달을 딸 때 옆에서 환호했던 이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다. 밴쿠버에서 김연아가 정상에 오를 때 함께했던 그다. 2010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이름을 알린 하뉴는 2012년 4월 오서 코치를 만나면서 기량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시절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올림픽에서는 은메달만 2개를 땄던 오서 코치는 올림픽 남녀 금메달리스트를 모두 가르친 지도자로 남게 됐다.

데니스 텐
데니스 텐
하뉴의 우승 소식에 일본은 크게 흥분했다. 4년 후 만 23세의 나이로 도전할 평창 겨울올림픽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하뉴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인 센다이 출신으로 당시 훈련 중에 스케이트를 신은 채 대피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햐뉴의 금메달이 동일본 부흥과 재건을 위한 용기를 선사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직접 전화를 걸어 “많은 일본인에게 감동을 주었다”며 축하했다.

한편 남자 싱글 3위를 차지한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텐(21·255.10점)은 구한말 강원도 일대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민긍호 선생(?∼1908)의 고손자다. 2010년 자신의 첫 올림픽이었던 밴쿠버 대회 때 경기 전 자신을 소개하는 멘트에 고조부의 얘기를 넣어 달라고 부탁해 화제가 됐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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