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근로자 생애 담은 책 나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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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발전硏 ‘산업화시대…’ 발간
첫아이 돌잔치도 잊은 철야작업 등 1970년대 생산현장 증인 일화 생생

‘한국 산업화와 근대화의 요람’으로 불리는 울산 근로자들의 생애를 담은 책이 발간됐다.

울산발전연구원 울산학연구센터는 울산에서 3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는 근로자 7명의 생애를 엮은 연구보고서 ‘산업화시대를 살아온 울산 근로자들의 생애사(사진)’를 16일 발간했다. 베이비붐 세대인 이들은 1970년대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도 산업화를 위해 생산현장에서 청춘을 보낸 경제발전의 산증인들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퇴직을 앞둔 김상철 씨(58)는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공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현대차에 입사해 시급 75원에 첫 월급 1만8000원을 받았다.

그는 “당시 선배들은 판금 망치 하나로 철판을 두드려 차체는 물론이고 주전자, 물컵 등 못 만드는 게 없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현대중공업 퇴직 후 선박 감독관으로 재직 중인 김해식 씨(66)는 조선소 철야작업을 하느라 첫애의 돌잔치에도 참석하지 못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도전정신 하나로 지금까지 세 남매를 훌륭히 키워낸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렸다.

한화케미칼에서 정년퇴직한 김정준 씨(59)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 어려움에 처했던 상황을 극복하고 장기근속한 40년 직장생활을 소개했다.

삼양사 퇴직 후 한국노총 울산노동교육상담소장으로 활동 중인 김종호 씨(59)는 4조 3교대와 대체 휴일제를 관철시킨 노동교육 담당자 활동을 소개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간부 홍성률 씨(59)는 한국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리던 현대중공업 노조 설립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김석택 울산학연구센터장은 “이 근로자 생애사는 신발조차 제대로 벗지 못한 채 출퇴근하면서 산업재해를 목격하고 노동운동에 참여하는 등 울산 노동현장에서 체험하고 겪은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라며 “이들의 증언은 한국 산업발달사의 살아 있는 기록”이라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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