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주머니 빠듯해도 문화예산 늘리는 강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권… 군단위 문화지수는 전국 1등
5일에 한번꼴 예술행사 열리고 최신 영화 상영-전시회 등 개최

전남 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은 개관 2년 만에 지역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시와 음악이 흐르는 영랑 생가’를 주제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열었다(왼쪽 사진). 강진군 강진읍에 자리한 강진아트홀 대공연장. 718석 규모의 공연장에서는 최신 개봉영화가 상영되고 뮤지컬, 연극 등 공연이 연중 끊이지않는다.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은 개관 2년 만에 지역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시와 음악이 흐르는 영랑 생가’를 주제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열었다(왼쪽 사진). 강진군 강진읍에 자리한 강진아트홀 대공연장. 718석 규모의 공연장에서는 최신 개봉영화가 상영되고 뮤지컬, 연극 등 공연이 연중 끊이지않는다. 강진군 제공
#1 전남 강진군 강진읍에 2011년 5월 문을 연 강진아트홀은 연중 문화예술의 향기가 흐른다. 최신 개봉영화와 독립영화, DVD가 1주일에 3편 정도 상영되고 뮤지컬과 연극도 무대에 오른다. 아트홀 복지동은 주민들의 평생학습센터다. 리본 공예, 클레이 아트 자격증 취득을 위한 강좌는 물론이고 영어, 서예, 통기타, 오카리나 등을 배우는 주민들로 북적인다. ‘강진울림시낭송회’ 회원인 이수희 씨(55·여)는 “3년 전 아트홀에서 시낭송회를 열었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며 “아트홀이 없었을 때는 인근 해남이나 장흥까지 가서 영화를 보곤 했는데 이젠 그쪽에서 넘어온다”면서 웃었다.

#2 강진은 명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남긴 영랑 김윤식(1903∼1950)의 고향이다. 영랑 생가 앞에는 최초의 문학유파기념관인 시문학파기념관이 2012년 문을 열었다. 기념관은 개관 2년 만에 참신한 기획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문학관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매월 마지막 화요일 오후 7시에 열리는 ‘화요일 밤에 만난 사람’은 간판 프로그램. 강진에 주소를 둔 문화예술인을 초청해 그의 삶과 인생철학을 들어보는 토크쇼로, 군 단위 자치단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김선기 시문학파기념관장은 “아트홀과 기념관이 지역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살림은 빠듯하지만 문화지수는 최고

지난해 강진군의 재정자립도는 6.5%였다.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217위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하지만 지역문화지수는 전국 10위다. 전국 84개 군 단위 자치단체 가운데 1등이다. ‘남도답사 일번지’가 ‘명품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13 지역문화지표 지수화를 통한 비교 분석’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지역문화지수는 전국 229개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문화정책, 문화자원, 문화활동, 문화향유 등 4개 항목, 37개 지역문화지표를 선정해 계산한 지수다. 시군구 통합 전체 1위는 경기 수원시. 그 뒤를 경기 부천시, 제주 제주시, 경기 성남시, 전북 전주시가 이었다. 강진군은 경북 경주시, 경기 고양시에 이어 10위였다.

강진군은 인구수 대비 문화시설이 많은 점과 공연장 및 전시장 가동일 수, 문화원 예산 총액, 지역문화 프로그램 수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문체부는 강진군처럼 열악한 여건에서도 뛰어난 문화역량을 보여준 자치단체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 ‘남도답사 일번지’의 변신

강진군은 빠듯한 살림살이지만 문화 관련 예산은 매년 조금씩 늘리고 있다. 2012년 총예산 2472억5800만 원 가운데 문화정책 예산은 47억5800만 원으로 1.9%를 차지했다. 다른 자치단체는 복지 수요 때문에 문화 예산을 줄이는 추세지만 강진군은 2011년에 비해 15억 원이나 늘렸다.

강진아트홀 공연장은 연간 78일 가동된다. 적어도 5일에 한 번은 문화예술행사가 열린 셈이다. 문화예술행사가 없을 때 공연장은 ‘시네마천국’으로 변한다. 최신 개봉영화는 한 달에 2편, 독립영화는 1편, DVD 영화는 8편을 상영한다. 화랑과 전시실은 크고 작은 기획전과 초대전이 끊이지 않는다. 연간 가동일 수가 무려 312일로, 휴관일(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항상 문이 열려 있다. 큐레이터 2명이 배치돼 전시, 공연 일정을 짜고 홍보도 한다.

강진에는 문화관광 해설사도 많다. 전남도가 인증하는 해설사는 다른 시군에 많아야 10명 안팎이지만 강진에는 16명이 활동한다. 김동남 강진군 문화예술팀장은 “아트홀은 주민들이 아무 때고 부담 없이 들러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사랑방”이라며 “서울에서 오는 공연 팀들이 인구 4만의 시골에 이런 공연시설이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란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