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안현수 “러시아 귀화, 나를 위해 선택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5일 2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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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안현수.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환호하는 안현수.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쇼트트랙 황제’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9·러시아 명 빅토르 안)는 15일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우승하면서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안현수는 빙판에 엎드려 얼음에 키스를 했다.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했고, 결국 눈물을 쏟았다. 다음은 남자 쇼트트랙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딴 안현수와의 일문일답.

-같은 러시아 선수와 1, 2위로 골인했는데.

“일단은 결선에 같은 러시아 선수가 있었다. 최대한 같이 경기하면서 같이 메달 따고 싶었다. 그 선수와도 경기 전 그런 이야기를 했다. 경기는 상황에 따라 크게 변하는 것인데 결과가 너무 좋게 나와서 기쁘게 생각한다.”

신다운과 포옹을 나누는 안현수.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신다운과 포옹을 나누는 안현수.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경기 후 한국 선수인 신다운과 포옹을 나눴는데.


“승부를 떠나 한국 후배들이 많이 힘들 거라 생각했다. 4년 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안 힘든 선수는 없다. 누구나 금메달을 목표로 뛰는 것이지 누구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할 이유가 없다. 경기가 끝난 뒤 고생했고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그리고 한국 후배들도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해 좋은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지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8년 만에 꿈에 그리던 금메달이었다. 골인할 때는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들 정도로 머리가 하얘졌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뻤고 관중들의 함성에 큰 감동을 받았다.”

-한국과 러시아의 훈련 여건은 어떻게 달랐나.


“저는 2008년 무릎에 큰 부상을 입었다. 아직도 무릎에 통증을 갖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 몸 상태에 맞춰 내 몸 상태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했다. 1500m는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기에 단거리 쪽 훈련을 많이 했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보다 500m가 좋아졌다. 내 자신을 믿고 자신있게 경기를 했다. 예전보다 편한 마음으로 즐기고자 한 게 이렇게 큰 결과로 돌아온 거 같다.”

-한국을 떠나 러시아로 귀화한 이유를 말해 달라.


“운동을 너무 하고 싶었고 부상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 그 때문에 내가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러시아에 오게 됐다.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이 자리가 너무 의미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목표 이루고자 가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오늘 금메달이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


“오늘 나오는 금메달은 운석이 들어간 특별한 금메달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욕심이 났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하려 노력했다. 개인적으로는 8년 만의 금메달이자 올림픽 4번째 금메달이다. 남자 쇼트트랙 선수로는 처음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나한테 가장 뜻 깊고 의미 있는 메달 인 것 같다.”

-러시아 선수들의 수준도 많이 올라왔다.


“처음 러시아에 왔을 때에도 러시아 선수들은 생각보다 실력이 많이 향상된 상태였다. 같이 훈련하면서 많이 배웠다. 러시아 선수들도 내게서 많을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전체 팀이 좋아진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금메달이 확정된 뒤 눈물을 흘렸는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며칠 전 동메달을 따고도 많이 참았던 거 같다. 눈물이 쏟아지려는 걸 이 악물고 참았다. 꼭 금메달을 딴 뒤 이 기쁨을 누려보다는 생각이었다. 금메달 하나 바라보면서 8년 동안 힘든 과정을 버틸 수 있었다. 8년 간 힘들었던 일이 많았는데 그 보답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러시아 귀화 과정에 대해 한국에서는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이런 거에 대해서 저도 많은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얘기하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다. 이와 관련된 부분은 올림픽이 다 끝난 뒤 말씀드리겠다.”

-파벌 때문에 귀화를 했다는 말이 많다.

“짧게 말씀드리자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저를 위해서, 운동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다.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던 다 잊고 내가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 귀화를 했다. 이로 인해 (한국 빙상에 대해) 안 좋은 기사가 나는 걸 원치 않는다. 한국 후배들에게도 좋지 않다.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 데 이런 일 때문에 후배들한테도 많이 미안하다. 앞으로 제가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그런 기사들이 안 났으면 좋겠다.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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