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안데스 산맥따라 걷는다… 자연과 하나됨을 느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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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다양한 트레킹 코스

통가리로 트레킹 코스
통가리로 트레킹 코스
걷기 열풍이 여행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유명 관광지 위주로 점을 찍으며 다니던 여행이 최근 들어 루트 자체를 천천히 즐기는 ‘선 긋기’ 형태로 진화하는 추세다. 빡빡한 일정을 꽉 채워 더 많은 관광지를 돌아보겠다는 강박적 스케줄 대신 대자연에 몸을 맡긴 채 유유자적 트레킹을 즐기는 느슨한 여정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 세계의 다양한 트레킹 코스에서 만끽하는 행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스위스 알레치 빙하 파노라마 루트


스위스는 작은 나라다. 하지만 스위스의 하이킹 코스는 지구 한 바퀴보다 긴 5만 km에 이른다. 코스는 걷기 쉽게 잘 정비되어 있으며, 곳곳에 표지판과 중간중간 전망 좋은 곳에 벤치가 놓여 있어 혼자서 또는 가족이나 친구끼리 누구나 언제든지 손쉽게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코스당 소요 시간이 평균 2∼3시간이며 코스의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에는 스위스 전반에 걸쳐 고루 발달되어 있는 등산 전차나 케이블카가 연결되어 있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레스토랑이나 산 오두막, 케이블카 중간 역 등이 있어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그대로 계속 걸을 수도 있다.

스위스 정부관광청(www.MySwitzerland.co.kr)이 추천하는 이색 트레킹 코스는 짜릿한 빙하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알레치(Aletsch) 빙하 파노라마 루트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유럽에서 가장 긴 빙하가 바로 알레치 빙하다. 빙하 루트를 따라 걸으면 때묻지 않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발레주의 전통 음식과 고급 와인을 음미하며 자연 경관에 한껏 취할 수 있는 아름다운 여정이다. 총 23km 길이의 웅장한 알레치 빙하는 알프스의 빙하 강 중 가장 길고 웅장함을 지닌 동시에,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기도 하다.

900m의 깊이에 1000m의 너비를 지닌 알레치 빙하의 웅장함을 바로 곁에서 보며, 해발 고도 3000m에서 4000m 급의 산등성이를 따라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빙하 강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알레치 하이킹은 베트머알프에서 시작할 수 있다. 가이드 하이킹도 가능하며, 짧은 2시간 코스 투어만으로도 빙하의 절경을 바로 옆에서 바라볼 수 있다. 4시간이 소요되는 알레치 빙하 파노라마 루트는 산 정상에 위치한 기차역 베트메어호른에서 산의 웅장함을 감상하며 시작된다. 바위들이 평평해 하이킹을 쉽게 할 수 있으며, 이 하이킹 루트를 따라가면 텔리크라트 터널을 통하는 지름길로 다시 베트메어알프까지 돌아올 수 있다.

베트메어알프에 도착하면 해발 4000m에 이르는 32개의 봉우리가 환영 행렬처럼 반겨준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유럽에서 가장 긴 알레치 빙하는 지구 온난화로 그 규모가 줄고 있지만 결코 녹지 않는 감동을 선사한다.

안데스 산맥 따라 마추픽추로… 페루 잉카 트레일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인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 트레일은 다양한 자연경관과 인상적인 잉카 유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하이킹 코스이다. 다양한 동식물을 포함한 아름다운 안데스의 자연과 거대한 고고학 유적지를 거치는 이 신비로운 길을 통하여 마추픽추에 도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3박 4일, 43km 코스의 클래식 ‘잉카 트레일’이 가장 유명하며, 2일 일정의 트레킹 코스도 가능하다. 매년 전 세계 2만5000명의 여행자들이 잉카 트레킹을 하러 방문하며, 잉카인이 건설한 돌길을 따라 쿠스코의 구름 속 깊은 산중의 난공불락의 유적지 마추픽추에 도달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협곡과 빙하, 눈 덮인 산봉우리, 폭포, 그림과 같은 마을 등 상상 속에 있던 신비로운 풍경들을 볼 수 있으며 룬쿠라카이 등 고고학 유적들을 거쳐 마추픽추에 도달한다.

문화유산 보호를 위하여 페루 정부는 일일 방문객 수를 2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전 예약은 필수, 보통 2개월 전에 예약하며 성수기에는 4개월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잉카 트레일은 매년 2월 한 달 동안 유지 보수를 위해 방문을 제한한다.

세계 최초의 복합문화유산, 뉴질랜드 통가리로 국립공원


뉴질랜드의 숨겨진 비경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와 샘이 반지를 던져 없애기 위해 향한 모르도르의 배경이 된 곳이다. 마오리 족이 신성시하던 이 지역은 1887년 마오리족 부족장이 정부에 기증한 이후 뉴질랜드 최초의 국립공원이 되었다.

1993년, 유네스코는 이 지역을 세계 최초의 복합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살아있는 활화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다채로운 자연은 트레킹을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최근까지 폭발을 멈추지 않은 루아페후 산과 응가우루호에 산 그리고 통가리로 산을 관통하는 활화산 지대를 트래킹 하는 코스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이다. 응가우루호에 산과 통가리로 산 사이의 화산지대 19.4km를 8시간 동안 국립공원 가이드와 함께 이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작 지점에서부터 암벽에서 솟아나는 폭포 지점인 소다 스프링스까지 완만하고 평이한 코스를 지나고 나면 숨이 차오르는 오르막길이 나온다. 2시간가량, 다양한 변주의 경사를 이루는 오르막을 걸으면 사우스 크레이터에 이른다.

사우스 크레이터는 완만한 지대에 형성된 축구장 5배 크기의 광활한 땅으로 주변으로 펼쳐진 다채로운 색감의 자연경관이 일품이다.

사우스 크레이터를 지나면 통가리로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어렵다는 구간을 만난다. 날아갈 듯한 강풍을 가르며 걷고 기는 것을 반복해 도착한 곳은 레드 크레이터라는 이름의 거대한 화산 분화구다.

여기선 어떤 위대한 화가도 흉내 내지 못할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이 펼쳐진다. 푸른 하늘 아래 다채롭게 빛나는 붉은빛의 분화구는 크기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레드 크레이터를 지나면 3개의 호수가 신비한 빛으로 반짝이는데 에메랄드 레이크, 블루 레이크 그리고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폭발이 있었던 뉴질랜드 최대의 호수인 타우포까지의 풍경이 압도적이다.

자연을 온전히 보전하려는 뉴질랜드 정부의 노력의 일환으로 국립공원 내에는 레스토랑과 같은 부대시설이 없다. 점심 도시락을 비롯해 중간중간 요기거리를 간단히 챙겨야 한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다양한 트레킹 프로그램과 코스에 대한 정보는 www.nationalpark.co.nz 에서 얻을 수 있다.

문유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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