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체제 흔들 대북심리전 큰 위협 느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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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예정대로 진행]
비방중단 합의에 매달린 이유

‘상호 이해와 신뢰 증진을 위해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중단한다.’

14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이 성과로 챙긴 합의사항이다. 12일 1차 회담을 앞두고도 전문가들은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보다 상호 비방과 대북(對北) 심리전 중단을 최우선 의제로 제시할 개연성이 크다고 봤다. 한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비대칭 수단 중 하나가 대북 심리전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12월 비공개 남북접촉에서도 대북 심리전 중단을 요구한 적이 있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이명박 정부)은 “북한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을 통해 체제 불안정이 드러난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권력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은 2004년 6월 4일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긴장 완화와 오해 방지를 위해’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선전활동을 중단하고 대북 확성기 등 선전수단을 철거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에 따른 ‘5·24조치’(대북 교역 및 신규투자 금지)를 단행하면서 심리전도 재개했다.

이때 군 심리전부대의 ‘자유의 소리’ 방송이 부활했고,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에는 군의 대북전단 살포도 다시 시작됐다. 군의 전단 살포는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중단됐던 것이다. 민간단체가 전단을 날려 보내는 것도 허용됐다. 민간 대북전단에는 통상 1달러 지폐, 외부 소식과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담은 CD 또는 메모리스틱이 포함된다. 간단한 과자류나 단파라디오 수신기가 포함되기도 한다.

이에 앞서 북한은 6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에서 “최고 존엄을 헐뜯고 우리 체제에 대한 비방 중상이 계속되는 한 남북 합의 이행을 고려(재고)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북 심리전과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또 “비방 중상을 당국이 주도하든 언론이 벌이든 예상할 수 없이 처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통일부는 “정부는 북한을 비방 중상한 적이 없고 언론을 당국이 통제할 수도 없다”며 북한의 주장에 유감 입장을 밝혔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 당국이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전면 차단하기도 어렵고, 북한이 김정은을 포함한 ‘김씨 왕조’에 대한 언론 보도를 두고 ‘최고 존엄 모독’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김정은체제#대북심리전#이산가족상봉#남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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