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어머니는 왜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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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박점식 지음/216쪽·1만3000원·올림

‘중1까지는 동네에서 매를 제일 많이 맞는 아이였다. 어머니의 사랑과 한(恨), 나의 고집 때문이었다. 중2가 되자 매를 내려놓고 말씀으로 나무라기 시작하셨다. 매보다 열 배는 더 아팠다. 차라리 때려 달라고 했다.’

천지세무법인 회장인 저자(59)는 어머니에게 드리는 감사 1000가지를 편지로 썼다. 이를 추려 모아낸 책은 시종일관 덤덤하다. 그런데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가 없다. 저 구절을 읽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매를 대시다 중학교에 입학하자 딱 내려놓으신 내 어머니가 생각났다. 누구나 어머니 이야기 앞에선 가슴이 먹먹해진다.

저자는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그분에 대한 감사함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홀어머니는 다섯 살 저자를 데리고 흑산도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몸이 부서져라 일해서 아들을 공부시켰다. 그런 어머니를 두고도 200가지 감사함을 쓰고 나서는 더는 생각나지 않았다.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하자 하나둘 기억나기 시작했다.

저자가 중학교 2학년 때 흑산도 무장공비 사건이 터졌을 때다. ‘조명탄이 터지고 포격소리가 요란했다.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을 때, 어머니는 문에는 이불을 덧씌우고 나에게는 이불을 더 꺼내 덮어 주셨다. 그리고 당신은 이불 밖에서 기도하셨다.’

저자가 700가지를 썼을 무렵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후 300가지를 더 썼다. 감사 일기를 쓰는 5년 동안 가족, 주변 사람과 불편했던 관계가 회복됐다.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감사를 매일 5개 이상씩 3주일을 쓰면 내 자신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3개월을 쓰면 남이 내가 변화하는 것을 알게 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어머니#박점식#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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