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마음 깊이 새긴 꿈, 도화지에 그려보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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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꿈이든 괜찮아/프르체미스타프 베히터로비츠 글·마르타 이그네르스카 그림·김서정 옮김/52쪽·1만2000원·마루벌

마루벌 제공
마루벌 제공
요즘은 꿈이 뭔지, 자신이 어떤 꿈을 갖고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아이가 많습니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아니 그 이전부터 공부를 강요하는 세상 분위기에 느긋하고 평화롭게 꿈을 꾸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꿈을 가졌다 해도 그것을 온전히 이루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가끔은 어른이 된 우리들도 과연 내가 꿈꾸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지금의 삶을 돌아보며 기억을 더듬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각기 다른 동물, 사물들이 자신의 꿈을 말합니다. 어떤 꿈은 엉뚱해서 재미있습니다. 허황돼 보이지만 생각을 바꾸면 어쩌면 이룰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전혀 실현 불가능한 꿈은 안타깝습니다. 사랑하면 안 될 대상을 사랑하게 된 상황 같기도 합니다.

첫 장면에 나오는 엄마 황새의 꿈은 ‘늘어지게 쉬어보는 일’입니다. 먹이를 구해 나르고 둥지를 위협하는 것으로부터 새끼들을 지키느라 하루도 맘 편히 눈을 감고 잠들지 못한 엄마 황새의 꿈은 부모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카펫의 꿈은 태양까지 날아가 보는 것인데 뭐 날기만 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지요. 불을 꺼야 하는 소방관과 함께 놀고 싶다는 꼬마 불꽃도 있습니다. 강물은 스포츠카를 타고 신나게 달리고 싶은 모양인데요. 강변길을 달리는 스포츠카를 따라 속도를 맞춰 흘러가면 꿈을 반쯤은 이룬 것 아닐까요?

폴란드 화가 마르타 이그네르스카는 강물을 예쁜 아가씨로 형상화했습니다. 스포츠카를 두 손에 들고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강물아가씨는 누구와 함께 달리고 싶은 걸까요? 여러 가지 꿈 이야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그림은 꿈이 가진 자유를 시원하게 보여줍니다. 잉크와 펜, 크레용과 물감, 연필들이 종이 위에서 한바탕 즐겁고 신나게 춤을 추고 간 듯합니다. 구석구석 익살스러운 그림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재미가 큽니다. 마지막 빈 페이지에는 자기만의 꿈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꿈에 부풀거나 꿈 때문에 좌절하거나 만감이 교차하는 졸업과 입학의 계절입니다. 무슨 꿈이든 괜찮으니 모두들 행복한 꿈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무슨 꿈이든 괜찮아#꿈#좌절#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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