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가 토실토실 흐흐” “한국 남자도 만나봐야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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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세상을 바꿉니다]
性的 막말에 두번 우는 외국인여성

“처음 왔을 때는 비쩍 말랐더니, 고기를 잘 먹여서 그런지 허벅지가 토실토실 야무지네. 흐흐….”

9일 경기 안산시 원곡동에서 만난 중국인 A 씨(34·여)는 연신 손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하며 경험담을 들려줬다. A 씨는 ‘허벅지’ 운운하는 말의 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내 몸을 훑어보던 눈빛만으로도 소름끼치게 무서웠다”라고 말했다. 포장지 생산업체에서 일했던 A 씨에게 40대의 그 작업반장은 끔찍한 존재였다. A 씨는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왔지 장난감으로 오지 않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외국인 여성 근로자들은 외국인에다 여성이라는 약점이 더 얹어져 성희롱 막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우즈베키스탄인 B 씨(30·여)는 사내 회식이 정말 싫다고 했다. 술에 취하면 한국인 남자 상사들의 성희롱 막말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자기’도 성인인데 밤이 되면 잠이 안 오지 않아?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한국에 오면 한국 남자도 만나 봐야지.” 성희롱 발언을 들은 날 B 씨는 “집에 가서 펑펑 울었다”라고 했다.

한국외국인인력지원센터 등이 지난해 3월 펴낸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 및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여성 외국인 근로자 205명 중 10.7%가 성희롱 및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희롱을 당한 사람 가운데 신고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처한 비율은 18.2%에 불과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외국인 근로자#언어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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