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기금 확보 안간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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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달러 목표… 1%밖에 안걷혀
친북인사-주민들에게 헌금 강요… 공관원엔 “목표 못채우면 소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인 이른바 ‘광명성절’을 앞두고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진행 중인 북한이 우상화 재원 마련을 위해 ‘김일성·김정일 기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모금 실적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13일 “북한이 ‘김일성·김정일 기금’의 목표액을 1억 달러(약 1070억 원)로 설정했지만 실적은 목표의 1%(약 100만 달러)에 불과해 모금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금은 북한이 2007년 10월 ‘국제 김일성상 수상과 주체사상의 세계적 연구 보급’을 명목으로 창설한 ‘국제김일성기금’을 2012년 5월 확대·개편한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이 기금을 2011년 12월 사망한 김정일 시신 안치를 위한 금수산태양궁전의 개조, 각종 영생탑과 동상의 건립, 벽화 설치에 활용할 의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년간 ‘김정은 체제’에서 우상화에 들어간 돈은 2억 달러(약 2130억 원)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은 ‘광명성절’과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최근 해외 친북 인사들에게 △기부증서 교부(500달러 이상) △명예 기금 이사장직 부여 △출판물에 이름 표기 △금수산궁전 참배 시 우대 등 유인책을 제시하며 모금을 독려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태양궁전 참배를 정례화하고 헌화용 꽃다발 강매와 헌금 동참을 유도해 돈을 끌어내고 있다. ‘우리투어’와 ‘고려투어’ 등 북한 전문 여행사들이 최근 잇달아 광명성절에 맞춘 ‘김정일 생일 관광’ 상품을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자발적 기부가 원칙’이라면서도 ‘모금액수는 충성심의 잣대’라는 말로 귀금속과 골동품, 개인이 보유한 외화까지 바칠 것을 강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외 공관원 및 근로자에게는 “연간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우선적으로 본국에 소환하겠다”며 실적과 조기 귀국을 연계시키고 있다. 한 한국 외교관은 “북한 근로자 1명의 월급이 300∼500달러인데 이 가운데 상납과 생필품 구입 등 파견 준비에 든 비용으로 3분의 2를 지출하고 나면 고향 가족에게 보낼 돈도 빠듯한 형편”이라며 “기금까지 낸다면 생계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 공관원과 상사원들도 “시신(김일성 김정일) 관리를 위해 손 벌리는 행태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김일성#김정일#우상화 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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